[양형주 칼럼] 본질을 꿰뚫는 바른 분별력
[양형주 칼럼] 본질을 꿰뚫는 바른 분별력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20.03.29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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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남아공 월드컵 때 있었던 일이다. 본선 E조 네덜란드와 덴마크 경기가 요하네스 버그에 있는 사커시티 스다디움에서 열리고 있었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후반전에 여성 축구팬 36명이 갑자기 스타디움으로 들이닥친 경찰과 국제축구연맹(FIFA)측에 의해 연행되어 나갔다.

갑작스럽게 끌려나간 이 여성들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항의했다. 국제축구 연맹측은 당신들은 왜 허락도 맡지 않고 네덜란드 맥주회사를 광고하냐고 심문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항의하자, 당신들이 입은 바로 그 오렌지색 티셔츠가 네덜란드 맥주 회사의 공식 복장이라고 답했다. 비록 티셔츠에 회사 로고는 없었지만 나머지는 맥주회사 유니폼과 똑같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였던 것이다.

당시 남아공 월드컵 맥주 공식스폰서는 미국회사 버드와이저였다. 이들은 다른 맥주 회사의 직원이 웃으며 친절하게 한 마음으로 응원하자고 호의로 준 줄 알았던 티셔츠를 입고 들어왔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결국 주변 뿐만 아니라 TV를 통해 전세계에 간접광고효과를 유발했던 것이다.

이 옷을 입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채 이 여성들은 그저 열심히 자국팀을 함께 응원했을 뿐인데, 결국 간접광고로 라이벌 맥주회사의 광고에 이용되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월드컵이라는 국제적인 행사에 순수한 마음으로 자국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사람을 자기 회사 상품을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순수하게 응원만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선하다는 가정을 갖고 호의를 선뜻 받아들인다. 첫인상이 좋으면 더더욱 그렇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의 총리 네빌 체임벌린이 당시 점점 세계의 골칫거리로 부상되는 아돌프 히틀러를 만난 적이 있다. 영국 총리가 받은 히틀러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체임벌린 총리는 히틀러를 만나고 나서 영국 각료들에게 “나는 히틀러에게서 광기의 신호를 전혀 보지 못했다,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히틀러는 첫인상으로 자신의 악함을 감추고 영국 총리를 속였던 것이다.

갈수록 세계가 무질서와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는 물론이거니와,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의 숨은 술수도 난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을 꿰뚫는 바른 분별력이 필요하다.

갈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이면의 동기를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래야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치장한 이들의 권모술수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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