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박해용 기자] ‘블루 페이즈(blue phase)’ 액정은 초고속으로 응답을 하는 특성을 지니며 상용화된 네마틱(Nematic) 액정보다 공정이 단순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액정 재료로 주목받는다. 블루페이즈는 온도를 변화시키면 순간적으로 상(phase)이 변하는데(상전이) 이 현상의 원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공동연구팀이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 현상의 비밀을 규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진형민 박사와 미국 시카고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cago) 폴 닐리(Paul Nealey) 교수, 후안 드 파블로(Juan de Pablo) 교수, 리샤오(Xiao Li) 박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나타나는 상전이가 ‘마르텐사이트(martensite) 상전이’ 현상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3월 2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Soft crystal martensites: An in situ resonant soft x-ray scattering study of a liquid crystal martensitic transformation) 됐다.
연구팀은 블루페이즈 연성결정의 온도를 43°에서 40.7°로 낮출 때‘순간적인’ 상전이가 일어난다는 것에 주목했고 이 현상이 일반적인 원자결정에서 나타나는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상전이 이후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관찰되는 격자무늬는 지금까지 그 발생 원인이 미스테리로 남아있었으나 이는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에서 발생하는 ‘쌍정(twin)’ 인 층상 구조(lamella structure)와 같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블루페이즈 상전이 현상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학술적 성과를 넘어, 관련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페이즈 액정은 전기장에 대한 매우 빠른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액정 레이저, 스마트 센서 등의 원천 기술 개발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나 자유자재로 색변환이 가능한 스마트 피부 등 차세대 광학 소재 산업 고도화의 실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진형민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연구원에 축적된 산란 기술을 통해 연성결정과 원자결정 간의 유사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며 “앞으로도 연구원의 첨단 중성자 및 엑스선 산란시설을 활용해 관련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분자기반 소자들을 개발해 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