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기억과 망각
[양형주 칼럼] 기억과 망각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20.04.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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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당연시 했던 통념이 역전되고 있다. 전에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시대가 왔다.

확진자를 피하고 가능한 거리를 두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집에서 ‘확~찐자’가 되었다. 이런 거리두기가 길어지다 보니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유롭게 모일 수 있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한 일이었다. 

이런 면에서 2차 세계대전 기간에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였던 엘리 위젤의 책 <나의 기억을 보라>는 커다란 울림을 준다. 엘리 위젤은 15세 때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에 강제 수용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었고, 아버지가 독일군에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밤-Night>이란 책을 써서 발표했다. 이 책이 전 세계에 1천 만부 이상  판매되며,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고발한 가장 중요한 책으로 손꼽힌다. 엘리 위젤이 보스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생을 고민했던 주제가 있다. 무엇이 인류를 비극으로부터 구원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기억’이었다. 지난 과거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하고 그 기억이 현재의 나의 삶에 살아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기억을 보라>가 전하는 커다란 울림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격리 기간이 길어지며 우리는 이전의 자유로웠던 생활을 동경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 현재에 적응하면서 과거를 잊기 시작한다. 코로나 19가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퍼져나갔을 때의 충격과 교훈도 서서히 잊고 긴장을 늦추기 시작한다. 망각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이를 그냥 두어선 안 된다. 이제는 삶에 얻어야 할 교훈과 기억해야 할 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기억을 떠올리며 격려하고 자극해야 한다. 잊지 말자. 그리고 우리의 삶에 과거의 기억이 생생한 울림으로 반영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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