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맨발마라톤대회와 고개 떨군 주민들
<기자수첩>맨발마라톤대회와 고개 떨군 주민들
  • 최병민 기자
  • 승인 2008.07.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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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태안군 남면 청포대해수욕장에서 개최된 ‘태안 샌드비스타 마라톤대회’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등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행사를 주최한 태안군은 “4만 여명이 참가해 ‘기름사고의 후유증이 전혀 없음’을 홍보하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며 이번 대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 주최자인 (주)선양은 이번 행사로 기업이미지 홍보와 마케팅이 가히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며 주민들에게 내년도 대회까지 약속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단순히 불만 섞인 정도가 아니라 ‘싸늘하다’고 표현함이 옳을 듯하다.
행사를 주관한 남면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선양측이 당초 2만 여명 참가의사를 밝혀와 쌀 20가마 1만5000명분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참가자들이 대부분 도시락을 싸오는 바람에 8가마 분량은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쌀 12가마와 반찬은 그냥 남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행사를 위해 취사도구를 대량 구입하는 등 행사 준비에 소요된 비용이 많아 엄청난 적자가 발생했다”면서 “이를 어떻게 충당해야 할 지 고민”이라며 허탈해 했다.
올 피서철을 맞아 침체의 늪에 빠진 태안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군과 각계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가운데 마을의 자체 기금이라도 마련해 보겠다던 주민들의 부푼 꿈은 이미 허탈함으로 변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상황, 이를 두고 “선양측이 자사 홍보에만 몰두한 나머지 태안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주민들을 배려하는 마음조차 부족했다”는 반응과 “밥장사로 돈 벌 생각만 했던 주민들의 무모함 때문”이란 상반된 주장이 논란의 핵심이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란 명분을 내세우며 행사를 주최한 태안군이 대회 준비과정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군은 이번 ‘어살문화축제’에 군민의 혈세인 군비 4000만원을 지원하고도 행사를 주관한 주민들과 (주)선양 측에 대한 가교역할을 게을리 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군이 선양 측에 “주민들이 행사당일 1만5000명분의 식사를 준비한다”는 얘기 정도만 미리 전달했더라도 마을에서 준비한 밥과 반찬이 대량으로 남는 일은 발생치 않았을 것이란 논리다.
군은 앞으로 개최되는 ‘감사 이벤트’ 등 각종 행사에 행사비만 지원하고 나 몰라라할 것이 아니라 ‘행사전반에 대한 철저한 지도감독’과 ‘사업효과의 사전 분석’ 등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행정을 추진해 주민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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