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단] 3不정책, 과연 국가 百年之大計인가
[화요논단] 3不정책, 과연 국가 百年之大計인가
  • 권선택 의원 【 한국지식정보기술 학회장 】
  • 승인 2007.03.26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와 사립대 총장들이 정부에 이른 바 ‘3불(不) 정책’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3불(不) 정책’이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대학별 본고사를 금지하는 것으로, 정부의 시행취지는 ‘고교 평준화’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대와 사립대 총장들은 ‘3불(不) 정책’을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사례로 지적하며 폐지를 요구했다. 폐지의 근거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교육시장도 개방되고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데 우리만 이런 제도를 고집한다면 국제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의 장호완 공동위원장도 “3불 정책이 대학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암초 같은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고교 및 대학 간 서열화 조장, 교육 양극화 심화,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등을 이유로 3불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부 대학의 공세가 너무 심해서 정부가 3불 정책을 방어해 나가는 것이 벅차다”며 여론에 하소연 하고 있고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3불 정책 폐지요구는 대학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비난한다.
늘 그렇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야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경쟁력을 우선시 한다면 대학들의 주장이 타당하고 평준화나 양극화 해소에 무게를 둔다면 정부의 반박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필자 개인의 견해를 묻는다면 솔직히 대학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고교등급제와 관련해 살펴보도록 하자. 고교등급제란 전국의 고교를 서열화해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제도다. 즉 서울의 강남과 비(非)강남, 수도권과 지방 등의 각 지역 고교 간 학력차를 인정하고 해당 학교의 수능성적, 명문대 진학비율 등을 따져 등급을 매기자는 것이다. 대학들은 100등급 학교의 1등과 1등급 학교의 1등이 같을 수는 없다며 고교별로 차등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개인의 능력을 출신 학교나 선배들의 성적에 의해 평가하는 것은 교육의 기회 균등과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반박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필자는 정부의 주장이 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한번 살펴보자. 정부의 평준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강남과 비(非)강남,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특목고와 일반고교 간에는 학력 차가 엄존한다. 외국어고·과학고 등 이른바 특목고 재학생들의 대다수가 애초의 취지와 달리 명문대 진학을 목적으로 특목고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 교육 현실이고 보면 정부의 고교평준화 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실패한 정책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고수하겠다는 것은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본고사도 마찬가지다. 본고사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주관적ㆍ서술적 문제를 내 학생을 뽑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본고사를 허용할 경우 대학들이 과거처럼 국ㆍ영ㆍ수 위주의 필답고사로 치를 것이기 때문에 교육과정 파행 등 공교육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수능과 내신만으로 변별력을 가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고, 현실적으로도 본고사 폐지 후에도 사교육은 줄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나, 우리나라 교육의 모든 문제가 잘못된 대학입시제도에서 기인하고 있고, 그럼에도 대학들의 수준과 경쟁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정부가 막연히 3불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이다. 기왕지사 ‘3불 정책’과 관련한 찬반 논란이 공론화 된 만큼 이 시점에서 한번 재검토해 폐지할 건 없애고 개선할 건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해묵은 논쟁으로 더 이상 국력을 소모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이제라도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에 대해 정부가 소모적인 논란보다는 진지한 고민과 설계를 해 줄 것을 심각하게 요청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