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논단]대학 등록금 1000만원시대 해법없나
[이슈논단]대학 등록금 1000만원시대 해법없나
  • 박영돈 전무이사
  • 승인 2007.03.2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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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옛날에는 소한마리 팔아 자식 대학졸업 시켰는데”라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요즘 농촌에선 어미소에 송아지를 묶어 팔아봐야 자식 졸업은 커녕 한학기 등록금도 내지 못한다. 그뿐인가. 쌀농사 세마지기를 병하나 없이 완벽한 1등품으로 생산해야 그마저 한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그런 실정이다.
이런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살고있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조국의 실정이 이러한데 이땅의 대학들은 언제부턴가 우후죽순처럼 불어나 이제는 동네마다 하나씩 대학이 들어서 있다. 어디 자녀 대학보낼 곳 없을까봐서 지극히도 큰 배려를 한 모양이다.
그런 결과 지금 이 땅의 학부모들은 등골이 휘고 또 등이 배까지 붙어 이제는 피를 짜도 그마저 고갈되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정치권은 늘상 쌈박질하는 모습만 보이고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것없는 이 나라가 그래도 망쪼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있는가.
지금 우리는 눈 깜박할 새에 등록금 1,000만원시대에 살게됐다. 서민들은 정말 힘겹다. 임금은 고작 몇 퍼센트 오르는데, 대학 등록금은 임금 인상의 두 배, 세배 올라간다.
대학들은 물가인상 때문에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대학 등록금 인상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소 팔아서 대학 보낸다고 하여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서민 등골을 뽑아야 겨우 대학에 보낼 수 있다 하여 인골탑(人骨塔)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생이 300만 명, 가족까지 합하면 1,000만명 정도가 매 학기 등록금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등록금 문제는 더 이상 대학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이다.
대학생 자녀가 2명이 될라치면 남학생의 경우 등록금 때문에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자녀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중년의 어머니가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등록금마련을 위해서 아이를 유괴하는 사건도 있었다. 등록금 때문에 딸의 대학을 포기하라고 할 수 밖에 없던 아버지가 서러움을 못 이기고 분신자살을 택한다.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한 어머니는 자살을 택한다.
지금 헌법에 나와 있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대한민국에 없다. 기회자체가 균등하게 보장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여지조차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단지 있는 자를 위한 교육만이 판을 치고 있을 뿐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학 등록금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솟는 데에는 국가의 책임 방기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현 정부의 공약만 실천했다면 약 10조 정도의 추가 교육재정이 확보될 것이다. 이 정도면 초·중등교육 완전 무상교육 실시와 대학등록금 반값 낮추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선거 공약집에만 있지 현실에는 갖가지 변명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등록금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등록금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스스로 규제 권한을 포기해 놓고서는 이제는 권한이 없어서 행정지도가 불가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등록금 폭등에는 사립대학도 한몫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대학 비율이 약 75%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당연히 고등교육을 사립대학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과 관련한 교육부의 기본 정책 방향은 높은 ‘등록금+학자금융자 확대’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등록금 하나 제어하는 장치도 없는 그런 곳이다. 높은 이자율때문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신용불량에 걸리는 사회에서 그래도 대학은 다녀야만 하는 곳이 바로 이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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