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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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치마 차림으로 쫓겨난 군주 부인, 그리셀다 (9)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3.29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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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를 집필할 당시 여행을 떠난는 모습의 제프리 초서.
그리셀다와 같은 순종적인 이미지에 비하여 고다이버와 같이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는 초서의 ‘선장(Shipman) 이야기’에서 선장의 부인은 댄 존(Dan John) 수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부유한 남편 선장으로부터 갖은 방법으로 돈을 타내고 죄는 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손에 넣는 허영심 많은 여자로 묘사되었다.
선장 이야기는 프랑스의 생드니(St. Denis) 지방에 한 부유한 상인과 그의 아름답고 사교적인 아내, 그리고 수도승 존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선장 존의 집에는 여러 손님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젊은 수사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수사는 삼십 나이쯤은 되었을 겁니다.
이 수사는 잘 생겼고 대담했으며, 부유한 상인과 친해진 이래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사업차 브루셀로 떠나려는 선장은 파리에 있는 댄 존에게 전갈을 보내 자기 집에 며칠 묶어달라고 청하게되었습니다.
존이 온 지 사흘 째 되는 날, 선장이 회계장부 정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존이 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 선장 부인이 다가왔습니다.
선장 부인은 수사에게 자신의 성생활도 무미 건조하다는 등 아슬아슬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둘은 서로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수도승은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였고 그녀는 당장 옷을 사기 위해 수도승에게 100 프랑을 빌려달라고 청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수사는 선장이 브루셀로 떠나기 전날 수도원의 농장에 소를 구입하는데 필요하다며 100프랑을 빌려달라고 선장에게 요청했죠.
선장이 100 프랑을 빌려주고 떠나자 수사 존은 이 돈을 선장의 아내에게 건네준다. 수사로부터 돈을 건네 받은 선장의 아내는 그 친절에 대한 보답으로 수사의 품안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선장이 집으로 돌아와 부인과 함께 연회를 베풀고 존을 초대하였습니다. 이 때 수사 존은 빌린 돈을 그의 아내에게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전해들은 선장이 아내에게 따지자 그녀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그 돈은 자신이 받아 옷을 사는데 사용했으며 그 돈은 잠자리에서 분할 상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선장은 결국 다른 방법이 없음을 알고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앞으로는 낭비를 자제하라는 충고로 일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초서는 ‘선장의 이야기’에서 부유한 선장과 허영심 많은 아내를 이렇게 묘사하였다.

가엾은 남편, 그는 항상 지불만 해요.
우리가 입는 옷, 화려한 장식품을 사줘야 해요.
모든 이들은 남편의 부를 찬미하고, 우리는 그가 사준 옷을 입고 즐겁게 춤춰요.
만일 그가 감당치 못하거나 아마 그런 비용의 지출을 원치 않는다면 그러면 다른 자가 지불하던가 아니면 우리에게 돈을 빌려줘야 되는데 이는 위험하긴 해요.
그러나 부유한 상인은 비싼 집이 있고, 매일 많은 돈을 갚아 주지요.
남편은 부유하고, 부인은 매우 예쁘지요.(10-22)

14세기 당시 서민층에 유행했던 이 익살맞고 조잡한 우화는 여인의 허영과 탐욕을 그리고 있으면서 여자의 교묘함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선장 부인의 교묘함은 그 동기가 허영을 위한 것에 있었고, 그녀가 남편을 세차게 밀어부쳤다면 그 때마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장부인의 허영기 있고, 도전적이며 적극적인 여인상에 비해 그리셀다는 그 반대편 이미지를 갖는 여성이다.
그리셀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있는 구절, “세상의 모든 남편에게 말하노니, 그리셀다와 같은 여인을 찾겠다는 생각에 아내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그것은 반드시 실패를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훌륭한 아내들이여, 스스로를 지켜라”는 말을 인용하며 작은 결론을 맺는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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