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 정책’ 진지하게 고민해야
‘3不 정책’ 진지하게 고민해야
  • 박남주 부국장
  • 승인 2007.04.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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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 입학제’를 금지한 교육부의 3불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사립대학 총장과 정치권에서 3불 폐지 논란에 가세한데 이어 교육단체들도 3불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밝히고 나섰다.
한국교총은 3불 정책을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주장했고, 전교조와 교수노조 등은 3불 정책은 폐지할 경우 사교육이 나라를 망치게 될 것이라며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대선후보들까지 3불 정책이 교육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며 3불 정책은 반드시 폐지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불 정책을 폐지 또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강화키 위해선 본고사도 허용해야 하고 고교간 실력차가 분명한 만큼 고교등급제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여 입학제도 일부 보완을 조건으로 허용할 시기가 됐다는 목소리마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키 위해선 3불 정책 폐지가 필수란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엔 맹점이 있다. 우선 3불 정책으로 인해 대학들이 우수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대학들이 고교평준화처럼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우수하지 못한 학생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개선키 위해 고교간 실력차도 인정하고 본고사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SKY대학’으로 상징되는 명문대학들은 본고사건, 학력고사건, 수능시험이건 어떤 입시제도하에서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만을 뽑아 왔다.
특히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외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 출신학생 상당수가 이들 명문대학으로 진학해 왔다.
입시전문가들은 “3불 정책과 관계없이 명문대학들은 가장 우수하다는 학생들을 사실상 싹쓸이 해왔다”고 말한다.
이들 대학 관계자도 ‘3불 정책으로 인해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우수학생들을 선발해 왔다”고 대답했다.
3불 정책과 관계없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온 대학들이 3불 정책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치 못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중등학교 시절 국제평가지수(PISA2003 등)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으나, 대학은 서울대학교가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대입선발과정에 문제가 있다기 보단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몇몇 지방대학에서 상대적으로 덜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집중적으로 가르쳐 우수한 인재로 길러낸 사례가 이를 잘 반증해주고 있다.
3불 정책이 대학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노력 부족이 우수한 학생들을 평범한 학생들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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