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흥동 연가 제2장 환희
[연재] 대흥동 연가 제2장 환희
(24)그만 만나시오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4.01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고 했던가, 대흥동 시루봉 음악카페를 운영하며 그류와 그니의 밀착은 그 정도를 더하여 갔다.
그니가 그류와 사랑을 하기 전에는 서울 장충동 집을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녀왔으나 이젠 아예 대흥동 원룸카페에서 주저앉다시피 했다.
시루봉 카페가 영업을 마칠 밤 12시쯤에는 아예 둘이서 인근 술집으로 배회하며 그들은 가까워졌다.
또 주말이면 전주로, 인천으로, 부산으로 다니며 둘만의 애욕에 세월을 낚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류에게 말한다.
“문제가 생겼어요. 그류와 사귀는 걸 시댁에서 눈치를 챈 것 같아요. 이를 어쩌지요?”
“뭐예욧…?”
“예상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가 빨리 온 것 같아요”
“......?”
“그이가 중동에서 엊그제 귀국했는데 조만간 대전에 내려올 것 같아요”
“이를 어쩌지…?”
그니는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아, 이를 어쩌나…?“ 그렇게 걱정하기를 며칠 째였을까 서울의 그니 남편 박일벌이란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나, 서울에 박일벌이란 사람이요. 한 번 만납시다”
“예?...... 그, 그러지요”
그류는 기가 죽어 박일벌과 약속한 선화동 일식집으로 갔다.
열사의 중동현장에서 일한 탓인지 작으마한 키에 얼굴이 검게 그을린 다부진 사람 같았다. 그류는 잘 차려진 일식요리 횟감을 가운데 하고 마주 앉았다.
서로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의미 깊은 시선을 주고받던 박일벌이 먼저 말을 꺼낸다.
“우리 집사람하고는 언제부터 그리 되었소?”
“예, 1년 정도…”
당장 주먹으로 한 방 먹일 태세로 화가 치밀었으나 박일벌은 꾹 꾹 참고는 무겁게 말을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 하겠소. 내가 당신 한 사람정도 죽여서 돌을 묶어 저 대청호수에 집어 던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요. 까진 사람하나 죽이거나, 회사하나 죽이고 살리는 것은 내게는 눈 한 번 깜작이면 가능한 일이요”
“…?” 박일벌은 정종을 한 잔 그류에게 따라주며 심각한 듯 힘주어 다시 말을 이어간다.
“내일부터 당장 시루봉 카페 그만두고 우리 집사람과는 만나지 마시요”
“…”
“만약 내가 오늘 점잖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불륜이 이어진다면 난 그 순간 당신을 저 세상으로 한 방에 날려버리겠소”
그류는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정,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박일벌은 심호홉을 하고는 무겁게 말을 한다.
“사내끼리의 약속 지키는 거요?”
“예 알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