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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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안나 여신의 지하여행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4.03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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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만한 몸매는 인안나 여신의 다산을 상징한다.
죽은 남편을 따라서 인안나가 지하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심했다는 점은 전 회에 언급했다. 그녀가 지하세계의 입구에 도착하자 그 곳을 지키는 수문장 페티가 있었다.
페티는 지하세계의 여왕인 에레쉬키갈(명부를 관장하는 여신, 수메르에선 인안나, 악카디아에선 이쉬타르의 언니가 되었다)에게 그녀의 방문을 전했다.
에레쉬키갈은 인안나의 언니였지만 동생을 미워했다. 천계에 살면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녀는 ‘지하세계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동생을 맞이했다. 지하세계의 규칙 즉 명부의 법률에 따라서 그녀는 저승의 대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하나씩 떼어내야 했다.
일곱 개의 대문을 지날 때마다 왕관, 목걸이, 가슴싸개, 반지, 거들과 같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주어 명부에 도착했을 때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裸身)이 되었다.
수문장이 인안나를 에레쉬키갈에게 데려오자 에레쉬키갈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지하세계에서 썩어빠진 고깃덩어리만 보다가 아름다운 나신을 보고 감탄하여 만지려 그랬다고 생각한다.
이때 인안나는 언니가 일어선 의자에 주저앉고 명부의 여러 신들이 그녀를 심판했다. 그리고 인안나는 고깃덩어리로 변하여 성벽 나무못에 걸리게 되었다.
그녀의 죄목도 알 수 없으나 되돌아갈 수 없는 명부를 무단으로 침입한 죄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사형을 언도 받아 나뭇가지에 걸리게 된 것이다. 지하세계 여군주의 동생은 이렇게 죽었다.
인안나의 시종 닌슈부르는 세 번의 낮과 세 번의 밤이 지나도 되돌아오지 않자 지하세계로 떠나기 전에 인안나가 한 말을 되새겼다.
그는 즉시 대기의 신 엔릴의 신전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다시 지혜의 신이자 지하수·연못의 신 엔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엔키는 곧바로 시종을 만들고 그에게 생명초와 생명수를 주어 명부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걸린 고깃덩어리에 뿌려주자 되살아났다.
그리하여 인안나는 다시 천계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안나가 명부에서 이승으로 올라올 때 조건이 붙었다. 그녀가 살아 올라가는 대신 다른 사람의 머리 하나를 받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안나가 천계로 올라오자 모두 그녀가 죽은 줄 알고 슬피 울고 있는데 그녀의 남편 두무지는 화려한 옷을 입고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에 분노한 인안나는 저승사자에게 “그를 데려가라!”고 말했다.
자신이 살아온 대신에 남편의 머리를 저승에 지불하기로 했으나, 두무지는 도망쳐서 양을 치고 사는 누이의 집에 숨었다. 그러나 다시 붙잡히게 되었고, 두무지 남매는 저승으로 가서 반년씩 살아야 했다. 반년은 저승에서 반년은 이승에서 사는 운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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