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논단] 세계로 나아가자
[목요 논단] 세계로 나아가자
  • 이인제 의원 【 국민중심당 최고위원 】
  • 승인 2007.04.04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하나의 나라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50개의 나라가 연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래서 우리와는 달리 통상에 관한 주도권이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 의회를 구성하는 각 주(州) 출신 의원들의 입장이 모두 반영되어야 하니 협상도 그만큼 어렵고, 또 가까스로 협정이 체결되어도 의회에서 비준을 받는 일이 간단치 않다.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 협상이 타결되고 이제 양국 수반의 체결과 의회(국회)인준이 남았다. FTA 반대 투쟁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당장 농업부문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 같은 취약한 분야도 걱정이 많다.
여기에 철학적 관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유무역은 곧 세계화로 가는 대로(大路)를 의미하는 데, 세계화는 약육강식을 제도화하여 약자를 더 빈곤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자유무역이 경제의 예속과 우리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지 않지만 매우 주의 깊게 경청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존 차원이나 철학적 견지에서 반대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산하여 반대에 나서는 것은 보기가 민망하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 사회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세우고 어두운 역사의 뒤안길을 헤매던 노 정권이 어느 날 갑자기 한미 FTA를 들고 나왔다. 나는 그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어리둥절하였다. 혹시 미국과의 갈등을 더 증폭시키려는 도구로 악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의문은 거의 사라졌다. 노 정권이 진지한 자세로 협상을 타결시킬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부디 최후까지 최선을 다해 추진하고 긍정적인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나는 노 정권을 가장 혹독하게 비판해 온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번에 노 정권이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타결시킨다면 그들은 처음으로 시대의 진운(進運)과 입맞춤을 하는 셈이다. 그리고 남은 임기를 그러한 정신으로 마무리한다면 지난날의 과오를 어느 정도 상쇄하게 될 것이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하나가 되고 있다. 강대국의 책략만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디지털 기술이 촉발한 지식문명의 물결이 몰고 오는 필연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 어느 개인도 이러한 변화의 추세에 저항할 수는 있지만 피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용기 있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다. 서구에서 일어난 산업문명의 물결이 아시아로 밀려올 때 이를 받아들인 일본이 20세기 강대국으로 부상(浮上)한 역사를 잊어서야 되겠는가.
오늘의 시대정신은 자유이다. 권력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하는 고전적 자유가 아니다. 더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자기를 실현하는 더 고양된 의미의 자유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하나의 관문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