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의무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의무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7.04.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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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충청권의 시도민들이 한층 소외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때만되면 나타나는 ‘충청홀대’라는 소리가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불쾌감을 주기때문이다. 그냥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런 말들이 왜 나오고 있을까. 또 이런 소리때문에 내가 왜 기분이 나빠야하는지… 먹고살기도 힘든데 짜증만 더하는 게 요즘이다.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는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가 있다.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했다. 그 부인은 대답하길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했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게 목숨을 잃게 됐답니다라고 했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無苛政)라고 짧게 대답했다. 자로의 말을 듣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라고 했다.
춘추 말엽 노 나라의 대부 계손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가정(苛政)이란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를 뜻한다. 정(政)을 징(徵)의 차용으로 보아 ‘번거롭고 무서운 세금과 노역’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미FTA의 타결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농수축산물을 생계의 유일한 방법으로 사는 주민들이 많아 큰 근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최근 충청민들은 언젠가 모르게 괜스레 이런 시기가 오면 더더욱 짜증이 난다. 대통령 선거다 뭐다해서 유난히 시끄럽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당의 대선을 나서는 후보들이 곧 있을 서구 재보궐선거나 대선지역순방을 이유로 부쩍 이 지역을 찾는 일이 늘고있다. 지역현안을 들여다 보고 이를 국정에 반영한다는 뜻이지만 속내는 이 지역 주민들의 표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두번의 대통령선거를 합심해 지원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른 지역민들의 가슴은 좋을리가 없다. 기껏 선택한 대통령이 그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한다면 어떨것인가. 때마다 치르지 않을 수 없는 행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출만 되면 소 닭보듯 하다 때만되면 나타나는…’그런 일이 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모 대선주자가 장항산단 현장을 방문하고 귀빈대우를 받으며 브리핑을 들었다고 한다. 지역민들은 당연히 이를 거부할 리가 없는 것이지만 누구는 대선공약이라도 넣겠다하고 누구는 안된다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백성을 가엾게 여기지 않는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이 곳을 두번 죽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바란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모두 어려운 시기에는 유능하고 어진 인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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