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30
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30
이쉬타르 여신의 지하여행(2)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4.05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브갓네살 2세(기원전 604-562년) 왕 시대에 건축된 바빌론의 이쉬타르 성문 복원도.
이 칭찬소리를 들은 에쉬카길은 베어진 위성류 나무처럼 얼굴빛이 창백해지고 멍든 갈대처럼 검게 변했네.
“그녀는 무엇 때문에 나의 심장을 들썩이게 하는가?
그녀의 감정을 이리도 충동질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와 함께 살려고 온 것인가?
진흙대신 빵을 먹게 하고, 흙탕물 대신 맥주를 마시게 하려는 것인가?
부인을 떠나보낸 남자를 위해 애도해야 한다는 것인가?
연인에게 버림받은 남자를 위해 애도해야 한다는 것인가?
생애를 마감한 자에게 인정을 베풀란 것인가?
가라, 수문장이여, 그리고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라.
옛날의 규칙대로 그녀를 맞이하라”

수문장이 그녀를 맞아 대문을 열려고 갔네.
“부인, 들어오세요, 그대를 환영하나이다. 돌아올 수 없는 왕국의 궁전은 그대의 출현을 기뻐하나이다”

그녀가 들어가야만 하는 첫째 문에 들어섰을 때, 수문장이 머리에 썼던 위대한 왕관을 벗겨갔네.
“오, 수문장이여. 그대는 왜 나의 왕관을 벗겨간 것이오?”
“들어가시지요, 부인. 그것이 지하세계 여군주의 법칙이지요”

그녀가 들어가야만 하는 둘째 문에 들어섰을 때, 수문장이 귀고리를 벗겨갔네.
“오, 수문장이여. 그대는 왜 나의 귀고리를 벗겨간 것이오?”
“들어가시지요, 부인. 그것이 지하세계 여군주의 법칙이지요 ”

그녀가 들어가야만 하는 셋째 문에 들어섰을 때, 수문장이 목걸이를 벗겨갔네.
“오, 수문장이여. 그대는 왜 나의 목걸이를 벗겨간 것이오?”
“들어가시지요, 부인. 그것이 지하세계 여군주의 법칙이지요”

그녀가 들어가야만 하는 넷째 문에 들어섰을 때, 수문장이 젖가슴 싸개를 벗겨갔네.
“오, 수문장이여. 그대는 왜 나의 젖가슴싸개를 벗겨간 것이오?”
“들어가시지요, 부인. 그것이 지하세계 여군주의 법칙이지요”

그녀가 들어가야만 하는 다섯째 문에 들어섰을 때, 수문장이 엉덩이에 두르는 ‘탄생석 거들’을 벗겨갔네.
“오, 수문장이여. 그대는 왜 나의 탄생석 거들을 벗겨간 것이오?”
“들어가시지요, 부인. 그것이 지하세계 여군주의 법칙이지요”

그녀가 들어가야만 하는 여섯째 문에 들어섰을 때, 수문장이 손과 발에 보관한 걸쇠를 벗겨갔네.
“오, 수문장이여. 그대는 왜 나의 걸쇠를 벗겨간 것이오?”
“들어가시지요, 부인. 그것이 지하세계 여군주의 법칙이지요”

그녀가 들어가야만 하는 일곱째 문에 들어섰을 때, 수문장이 기저귀(허리띠로 해석하기도 한다)를 벗겨갔네.
“오, 수문장이여. 그대는 왜 나의 기저귀를 벗겨간 것이오?”
“들어가시지요, 부인. 그것이 지하세계 여군주의 법칙이지요”

이윽고 이쉬타르가 되돌아올 수 없는 영토로 내려가자 에레쉬키갈은 그녀의 면전에서 젖가슴을 보게 되었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