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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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쉬타르 여신의 지하여행(4)
  • 충남일보
  • 승인 2007.04.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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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만이 소유할 수 있는 측량기구를 가진 이쉬타르 여신. 측량기구는 왕권을 상징한다.
이번 회의 소개하는 내용은 중동의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가운데 우루크의 여신 이쉬타르의 지하세계 여행에 관한 것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이쉬타르 여신의 지하 여행처럼 때로는 성(性)스럽고 때로는 성(聖)스럽게 표현한 신화도 그리 흔하지 않다.
그녀는 왜 지하세계로 여행을 떠났을까? 이쉬타르 여신의 지하 여행은 저승에 간 남편을 탐무즈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저승의 각 관문을 통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의례를 요구했다. ‘이쉬타르 여신의 찬가’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그가 만든 첫 번째 문을 통해 그녀가 나가려 할 때, 그는 이쉬타르의 기저귀를 돌려주었네.
그가 만든 두 번째 문을 통해 그녀가 나가려 할 때, 그는 이쉬타르의 손과 발에 있던 걸쇠를 돌려주었네.
그가 만든 세 번째 문을 통해 그녀가 나가려 할 때, 그는 아수타르의 엉덩이에 두르는 탄생석 거들을 돌려주었네.
그가 만든 네 번째 문을 통해 그녀가 나가려 할 때, 그는 이쉬타르의 젖가슴 싸개를 돌려주었네.
그가 만든 다섯 번째 문을 통해 그녀가 나가려 할 때, 그는 이쉬타르의 목걸이를 돌려주었네.
그가 만든 여섯 번째 문을 통해 그녀가 나가려 할 때, 그는 이쉬타르의 귀고리를 돌려주었네.
그가 만든 일곱 번째 문을 통해 그녀가 나가려 할 때, 그는 이쉬타르의 왕관을 돌려주었네”
“그녀가 몸값을 배상치 않으면 그녀를 다시 데려 오너라. 그녀의 젊은 연인 탐무즈에게는 순수한 물로 씻기고, 달콤한 오일을 발라 주어라.
그에게 붉은 옷을 입히고, 청금석으로 만든 플륫을 연주하게 하고, 농염한 여자로 하여 그의 기분을 풀어주게 하라”
“탐무즈가 되돌아오는 날, 그리고 그가 청금석 플륫과 홍옥수 반지를 함께 가져올 때, 그가 통곡하는 남자와 통곡하는 여자를 함께 데려올 때, 죽은 자가 일어서고 향기를 풍기리라”
여기서 말하는 그는 지하세계의 군주이며, 이쉬타르는 그가 만든 문을 통과할 때마다 몸에 걸치고 있던 소중한 물건을 수문장에게 하나씩 헌납해야만 했다.
지하세계의 일곱 대문을 들어가면서 그 곳의 규칙대로 질서와 권력을 상징하는 왕관과 걸쇠, 장신구인 귀고리와 목걸이, 가슴 싸개, 그리고 몸을 가리는 거들과 기저귀(혹은 허리띠)를 차례로 벗어주어야 하는 것은 죽어 가는 엄숙한 과정이자 고통이다.
그녀의 눈에 눈의 고통을, 그녀의 옆구리에는 옆구리의 고통을, 그녀의 마음에는 마음의 고통을 그녀의 발에는 발의 고통 등 60가지의 고통을 부여하라는 지하세계의 명령은 죽음의 고통이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동면, 그리고 속(俗)스러운 장면을 암시한다. 그녀가 다시 생명수를 받아서 일곱 대문을 걸어 나오면서 지하군주에게 돌려주었던 것을 하나씩 찾아 나오기 때문이다.
그녀가 비로소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암소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황소나, 암탕나귀를 쳐다보지도 않던 수탕나귀나, 처녀들을 외면하던 남자들이 생명의 환희를 맛보기 시작한다.
예루살렘의 여인들이 탐무즈를 애도하고, 지상이 이쉬타르의 귀환을 환호하는 것은 출산과 번식의 일상적인 과정을 종교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성스러운 의식이다.
그러나 그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이쉬타르 여신으로 상징되는 성적인 에너지다.
저승과 이승을 반복하는 여행은 겨울의 동면과 봄의 생명력을 표현하는 자연적인 질서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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