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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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쉬타르 여신의 사랑(2)
  • 충남일보
  • 승인 2007.04.11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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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쉬타르 여신의 청혼과 유혹을 받은 영웅 길가메쉬는 어떻게 처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이쉬타르의 여러 가지 결점을 열거하며 청혼을 거절했다.
그녀의 다양한 남성편력도 들춰내고, 남편의 에너지가 힘을 다하면 내쫓아바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등 험담을 이렇게 늘어놓았다.
“자, 그대가 사랑했던 연인들을 말할 것이니 잘 들어보게. 그대는 젊은 시절 연인이었던 탐무즈를 해마다 비탄에 젖게 했네!
그대는 화려하고 작은 양치기 새를 사랑했네. 그리고 그를 때리고, 날개를 꺾고, 그래서 그 새는 숲 속에서 ‘오 나의 날개여’하며 탄식하고 있네.
그대는 힘센 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일곱 번의 함정, 또다시 일곱 번의 함정을 팠네.
그대는 전투를 즐기는 종마를 사랑했네. 그리고 채찍, 막대기, 고삐로 때리고, 일곱 시간, 또다시 일곱시간을 달리도록 하였고, 흙탕물을 마시게 했네.
그 어미 시릴리 여신도 계속 울도록 정해놓았네. 그대는 양치기 목동을 사랑했네.
그는 붉은 석탄에 빵을 구워 그대에게 계속 바쳤고, 날마다 그대에게 희생양을 바치게 했네.
그리고 그를 때리고 늑대로 만들었네. 그는 이제 목동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그가 기르던 개들이 그의 정강이를 물어뜯게 되었네. 그대는 아비저의 정원지기 이슐라누를 사랑했네.
그는 대추야자를 바구니에 담아 끝없이 바쳤고, 그리고 그대의 식탁을 화려하게 차려놓았네.
그대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고 다가가 말했네. “나의 아슐라누여, 그대의 힘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오. 그대의 손을 뻗어 나의 몸을 만져주오”
이슐라누가 그대에게 말했네.
“그래! 내게 무엇을 바라는가? 나의 어미도 먹지 않고, 나 또한 먹지 않았는데 이제 내가 유혹과 저주로 만든 빵을 먹고, 이 추위에 알팔파 잎사귀로 덮어야겠는가?”
정원지기의 말을 듣자, 그를 때리고 난쟁이로 만들었네. 그리고 그대의 정원 한가운데 살게 했네.
그곳은 나무도, 대추야자도 없는 곳이네.
그래, 나였다. 그대를 사랑한 것은 나였다. 그런데 나를 이리 대하다니!”
이쉬타르가 길가메쉬로부터 청혼을 거절당하고 조롱을 받자 화가나 천계에 올라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아버지 아누 신에게 곧장 달려갔고, 울면서 어머니 아누에게 가서 길가메쉬가 자신을 모욕했다고 일러바쳤다.
“아버지 길가메쉬가 나를 계속 모욕했어요 길가메쉬나 나에게 천한 말을 열거했어요. 천한 말과 욕설을 퍼부었어요!”
아누가 이쉬타르 공주에게 말하고 물었네.
“무슨 일이더냐? 길가메쉬를 자극한 건 네가 아니더냐?
그래서 길가메쉬가 너의 천한 행동을 말했다. 천한 행동과 말을!”
이쉬타르는 아버지에게 졸랐네.
“아버지, 하늘의 황소를 나에게 주어, 길가메쉬를 죽이게 해주세요.
하늘의 황소를 나에게 주지 않는다면, 나는 저승의 문을 부숴 버릴 거예요. 문지방을 부수고, 문을 부숴 버릴 거예요.
그리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삼키도록 할거예요! 그리고 죽은 자들이 산 자보다 많아지게 할거예요!”
아누는 공주 이쉬타르에게 이렇게 말했네.
“나에게 하늘의 황소를 요구한다면, 우루크의 대지에는 7년의 흉년이 들 것이다. 네가 사람들을 위해 곡식을 모아 놓았느냐! 가축이 먹을 풀을 자라게 했느냐!”
이쉬타르가 아버지 아누에게 말하고 대답했네.
“사람들이 먹을 곡식은 쌓아놓았습니다. 가축이 먹을 풀도 잘 자라게 했습니다. 7년의 기근에도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을 위해 곡식을 모았고, 가축을 위해 뜯어먹을 풀도 자라게 했습니다”
아누는 딸의 대답을 듣고, 하늘 황소의 코뚜레 줄을 그녀 손에 올려놓았네.
이쉬타르 공주는 하늘의 소를 몰고 지상으로 내려왔네.
우루크(성서 속의 에렉)에 도달하고, 유프라테스로 내려갔네…
하늘 황소의 거대한 콧구멍이 열리고, 콧방귀를 뀌자 우루크의 젊은이 100명이 쓰러졌네.
하늘 황소의 거대한 콧구멍이 열리고, 두 번째 콧방귀를 뀌자 우루크의 젊은이 200명이 쓰러졌네.
하늘 황소의 거대한 콧구멍이 열리고, 세 번째 콧방귀를 뀌자 길가메쉬의 친구인 엔키두의 허리를 맞춰 쓰러뜨렸네.
그러나 엔키두는 곧 회복하고 뛰어올라 황소의 뿔을 잡았네. 황소는 그의 앞에서 흰 거품을 쏟았네.
그리고 두꺼운 꼬리로 그의 등 뒤를 마구 때렸네.
딸의 간청에 못 이겨 부모는 하늘의 황소를 내주고 말았다. 이쉬타르가 지상으로 끌고 온 하늘 황소의 힘은 엄청났다.
콧방귀에 젊은이 100명, 200명이 차례로 나가떨어지고 엔키두까지 쓰러트릴 정도였다.
그러나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노련하게 하늘황소의 뿔을 잡고 투우사처럼 칼을 꽂아 죽였다.
이것으로 보면 분명 이쉬타르 여신에 대한 길가메쉬의 승리였다.
길가메쉬를 가로막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과연 그럴까?
그의 친구 엔키두가 병에 걸려 죽고, 그제야 길가메쉬에게도 죽음이란 거대한 장벽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지하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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