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무 의욕만 앞서는 것 아닌가
[기자수첩] 너무 의욕만 앞서는 것 아닌가
  • 박희석 기자
  • 승인 2007.04.12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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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옳은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소탐대실을 말하는 경우가 더 맞을 것 같다.
올들어 갑자기 나타난 지자체로부터 불어 온 퇴출바람이 정국을 휩쓸어 급기야 중앙에까지 3진아웃으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지방발 중앙혁명이라야 맞는 말이다.
박명재 행자부장관은 기회있을 때마다 인사제도에 혁신적 제도가 준비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3진아웃제도다. 듣기 좋은 말로 적응하지 못하는 공무원을 골라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곳에 배치시켜 두번의 기회를 더 준다고 하는 제도다.
비로소 나은 실적을 통해 더 나은 보직으로 옮겨가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런 기회를 통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공무원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에이즈에 감염시켜놓고 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니 정상인 사람과 생활해도 안전하다면서 등 뒤에 큰 낙인을 찍어놓는 것과 같다.
일반 사기업은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겠지만 불평등한 인사제도에 대해 법률적으로 강제조종을 받을 수 있는 구제장치가 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가 그런 기회를 제공하기에는 여전히 미지수다. 나아가 결정적 하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규칙이 매우 합리적이지 않는 한 이 또한 많은 문제를 파생시킬 것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벌써부터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갓 들어 온 신입공무원과 격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한직으로 불리 우는 업종에 대한 무차별 살상이 자행됐다며 이를 비난하는 소리가 적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난을 당하면 슬퍼진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피해를 받았다고 느껴지면 죽을때까지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3진 아웃제도와 함께 구제절차에 대한 제도도 합리적으로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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