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협상 불리하게 추진할 필요 있나
FTA협상 불리하게 추진할 필요 있나
  • 권기택 경제부장
  • 승인 2007.04.12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FTA협상결과에 대한 원문공개를 앞두고 국회 등을 통해 이번 협상의 잘잘못에 대한 베일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흡족한 것으로 평가됐다가 점점 문제가 드러나면서 벌써부터 정치권은 협상의 결과에 대한 문제점들을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주고받기식 협상의 결과에 대해 국회의 비준을 얻어야 이를 적용할 수 있고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40%를 장악한 미국의 손실과 겨우 1.5%내외의 비중을 가진 우리의 손익은 당연히 다르다. 비록 우리경제에 절대적으로 큰 비중이 있는 분야라도 미국에 있어서는 별거 아닌 정도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번 협상을 집요하게 성사시키려 한 것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다. 미국을 움직이는 다국적기업의 이해관계를 미국정치권이 거절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10대무역구가에 들 정도로 아시아권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과의 협상타결이야말로 중국을 포함한 범아시아권의 교두보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과 일본을 견제해야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우리를 통해 두마리의 토기사냥을 한번에 할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미국의 목표만큼이나 우리의 목표도 절대절명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다. 국민 절반 이상이 이번 협상을 찬성했더라도 이는 FTA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는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협상을 두고 국내 재벌을 위한 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는 업종은 대부분이 다 그동안 산업화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키운 업종들 뿐이다. 이는 당연히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의 세습과 편중이 야기된 업종들 뿐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야는 토종업종 뿐이다. 말 그대로 먹고사는 문제를 간과하고 다른 것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사먹으려는 것이다. 허나 재분배가 왜곡된 우리 시장에서 난도질 당하는 분야를 통해 얻은 수익이 제대로 배분될 리는 없다. 이때문에 직접피해당사자들은 준비를 하기도 전에 공포부터 갖는 것이다.
이제부터 쫓기기 시작한 협상후속조치는 오히려 협상때보다 더 큰 쓰나미를 몰고올 수 있어 심히 걱정이다. 이 상황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는 농축산물 생산자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마음보다 어떻게 하면 이 업종을 떠나버릴까부터 고민하는 지경이다.
후속조치를 놓고 고민하는 정부나 정치권이 여유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정권재창출로 혈안이 되어 있고 잔여임기가 얼마남지 않아 레임덕이라는 안개속에서 난파선이 섬을 찾는 심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권이 다른 당에게라도 넘어가면 정책의 연속성마저 훼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쓰나미같은 공포가 또 다시 우리를 덮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시점에서는 보다 냉정한 현실을 바탕으로 제로상태에서 다시 전의를 다져잡는 정신무장부터 필요하다. 싸우기도 전에 전의부터 상실한다면 그 게임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 한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