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공무원 퇴출제를 감독하고 바로잡아야 할 행자부가 오히려 퇴출제를 전격 도입하겠다고 나서니 참으로 우려스럽다.
국민들로부터 공직사회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무능한 공무원 몇 몇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공행정 서비스 영역을 사유화시키고 구조조정을 통해 끊임없이 공공행정의 안정성을 저해시킨 역대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게 있다. 내부의 부패와 무능을 바로 잡기 위해서 공무원 노조가 발을 벗고 나서도 오히려 공무원 노조 자체를 불법으로 몰아가더니 이제 와서 무능 공무원 타령인가.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는 OECD국가 중에 최하위 수준이다. 아래 기획예산처의 자료를 보더라도 공무원 1인당 인구수가 미국이 13.3명, 일본이 28.9명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54.9명으로 OECD 국가 중 공무원 수가 가장 적다.
이렇듯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공무원 인력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이 대세를 이룬다면 이번 서울시 상수도 사업소 공무원의 대량 퇴출에서 예상되듯 국민들의 집에 수도가 고장 나서 물을 못 먹는 상황이 와도 고쳐줄 사람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행자부는 당장 공무원 퇴출제를 철회하고, 공무원들의 창의성·자율성·헌신성을 바탕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바란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은 가지치기가 아니라 가지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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