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대란 국가책임이다
토플대란 국가책임이다
  • 충남일보
  • 승인 2007.04.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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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평가하는데 토플을 적용하나다는 것이 이상한 논리로 번지고 있다. 이 문제는 잘못된 제도 하나가 사회를 얼마나 멍들게 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유독 영어열풍이 사교육의 중심에 있는 우리로서는 이제 듣고 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영어교육을 수십년동안 해 오면서 결국에는 종속적 시험제도마저 흉내내기로 망국적 혼돈에 그득 차게 됐다.
지금은 대란이 부쩍 많아진 사회다. 부동산 대란, 전세 대란, 실업대란 등 하다못해 이제는 토플에도 연일 대란이라는 말이 붙고 있다. 공급부족, 사교육열풍의 결과라는 진단이 쉽게 가능하기는 해도 한국의 교과과정에도 자리 잡고 있는 영어를 공교육 기관에서조차 토플로 평가해야하는 이상한 과열현상을 가벼운 진단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유학생을 위해 만들어 낸 토플이 입시와 입사시험에서 광범위하게 선호되고 있다. 만 2세가 되자마자 부터 영어조기교육을 시작하고 영어발음을 위해 어린자식의 혀를 수술하는 사회, 조기유학으로 인해 기러기 아빠가 넘쳐나는 사회풍토는 누가 봐도 이 사회가 이상기류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적 차원에서 작정하고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는 한 이성이 생기기도 전에 주입되는 영어를 향한 과도한 집착은 또 다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마땅히 공교육이 입시와 생활에 필요한 외국어 영역을 책임져야 한다. 언제까지 시장에 교육을 방치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어능력이 바로 인간능력이며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좋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주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서 시장에 팔려버린 교육관련 대란은 끝이 없을 것이다.
토플대란과 함께 찾아든 노원구의 ‘외국어 간판 의무화’ 방침소식을 듣자니 대란을 일으킨 실체와 마주한 느낌이다. 정부가 앞장 서 간판에서조차 ‘창씨개명’을 부추기니 영어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길은 멀고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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