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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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의 여신 양식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2.06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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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문명은 독창적인 돌의 예술로 쌓아올린 문명

약 300㎢에 걸쳐서 9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도성, 왕궁, 사원을 건축하고 앙코르 도성으로부터 반경 50-100킬로미터 이내에 5대 지방도시를 만들어 제국을 유지하는 틀로 삼은 것만 보더라도 이 문명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결코 아님을 보여준다.
앙코르 와트에서 민족의 문화적 정수를 쏟아내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이다.
앙코르의 사원들은 초창기의 목조건축에서 석조건축 기술로 이행되면서 어떤 것은 걸작을 만들기 위한 습작(習作)이 된 것도 있고, 건국 초기에는 이웃 국가들로부터 사원 건축기술을 도입하기도 하는 등의 원시 수준의 상태도 있었다.
그런 시간과 학습을 거쳐서 서양의 학자들이 말하는 ‘독창적인 돌의 예술’로 체계화할 수 있었다.
어느 사회에서건 한 시대에 문화적 에너지가 갑자기 분출하는 일은 없다. 과거 왕조였던 진랍의 경제력과 문화적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크메르 민족의 예술성은 진랍시대부터 표출되기 시작하였고 앙코르 왕조에서 천재적인 창조성을 발휘하였다.
앙코르 와트가 세워지기까지 사원의 건축기술은 약 1세기에 걸쳐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야 했다.
왕들이 자신의 부모, 조상들에게 봉헌하기 위하여 지은 프레아 코(879년), 반테이 삼레(12세기 중엽), 반테이 크데이(1191년) 사원 등은 조상을 위한 사원이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규모였지만, 왕이 새로 등극할 때마다 국가사원으로 지어진 사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피라미드 형태를 갖기 시작하였다.
바콩 사원(881년), 프놈 바켕(900년), 프레 룹(961년), 타케우(1000년경), 바푸온 사원(1060년)이 국가사원으로서 만들어졌으며, 이 가운데 자야바르만 5세가 지은 ‘타 케우’ 사원은 앙코르 와트가 태어날 수 있는 실험적 성격을 가진 사원이었다.
중간에 건축이 중단되기는 하였으나 처음으로 회랑이 생겨났고, 이 때 시도된 건축기술과 시공방법은 앙코르 와트를 짓는데 하나의 노하우로 활용되었다.

▲앙코르 와트의 여신 양식

앙코르 와트 사원은 수리야바르만 2세(1113-1150)가 약 35년에 걸쳐 지은 것으로 비슈누 신에게 바쳐진 사원이며 왕의 사후에는 영묘(靈廟)가 되었다.
이 사원은 남북의 길이가 1.3킬로미터, 동서의 길이가 1.5킬로미터에 이를 만큼 광대한 피라미드형 사원이지만 개방형으로 건축되어 좌우 대칭미와 뛰어난 시각성을 자랑하는 힌두사원이다.
또 입구가 서쪽을 향해 있고 그 건축의 중심축이 서-동으로 전개되어 있는 것도 커다란 특징 가운데 하나다.
앙코르 와트는 신전의 정 중앙에 있는 중심 탑을 세 겹의 회랑이 감싸고 있으며, 회랑 바깥쪽에는 주벽을 만들고 그 외부에는 직사각형의 저수지를 만들어 외부로부터 단절되도록 구성되었다.
40미터 길이의 저수지는 동쪽과 서쪽에 한 개씩 만들고, 성벽을 4.5높이로 쌓아올려 둘레가 5.6킬로미터에 이른다.
상공에서 바라보면 마치 성스러운 사원을 속세의 지상으로부터 분리된 하나의 섬과도 같다.
신들이 사는 천상계를 꿈꾸며 극락정토를 지상에 구현하려 한 앙코르 와트는 그 장대한 스케일과 공간적인 대칭미가 두드러진다.
또한 사원의 기단, 탑, 회랑, 천정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하리밤사’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압사라, 동물을 조각해 넣으면서 빈 공간이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사원 전체가 부조로 표현되어 있는 조각극장이다.
이 가운데 앙코르 와트 회랑에 부조된 여신들은 모두 1,800여개가 넘는다.
프랑스 학자 앙리 마르샬의 딸 삽포 마르샬이 1927년에 현지조사한 데바타 상은 모두 1,737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녀는 중앙탑과 네 개의 탑에 장식된 데바타는 계산할 수 없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1,860개에 달한다.
회랑에 부조된 여신들의 모습이 모두 다르고 각각의 표정이 매우 독특하게 표현되어 있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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