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협상 그 자체보다 방법이 문제다
[데스크 칼럼] 협상 그 자체보다 방법이 문제다
  • 김수환 부장
  • 승인 2007.04.23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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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衣類)를 수선하던 가위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식탁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만약 옛 어른들이 상위에 가위를 올려놓고 음식 들기를 권했다면 뭐라고 했을까.아마 모르긴 해도 기절초풍하고 상을 물렸을 것이다.

아직 가정에선 그리 흔하게 쓰이진 않지만 일부 식당에 가면 가위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육류를 구워서 먹는 경우는 가위가 필수다. 아예 음식과 함께 가위와 집게가 같이 나온다.또 설렁탕집에 가더라도 김치나 깍두기를 썰어 먹으라는 의미로 가위나 집게는 의당 따라 나온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가위질하는 식당엔 상스럽다며 출입을 자제하는 사람도 있었다. 집게를 들고 가위질로 설쳐대는 분위기가 험악하고 야만스러워 음식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가위나 집게를 사용해 음식을 먹는 식탁문화로 바뀌었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주변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그것이 발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본질적인 고민을 잊고 살아간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가?’ 등의 본질적인 고민은 뒤로 한 채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진리도 변하고 적과 아군의 기준조차 변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도 있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한미 FTA가 체결됐다. 그러나 한미 FTA가 우리들에게 혹은 우리의 후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불리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동차 산업과 농축산 분야다.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에게 한미 FTA는 기회일 수 있지만 농축산 분야 관계자들에게 그것은 위기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자동차가 유리하고 농축산 분야는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농축산 분야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 분야에서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안주한다면 오히려 개방의 실익을 경쟁업체들에게 빼앗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후세의 사가들에게 오늘의 한미 FTA 체결이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이 격랑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려면 시대의 흐름을 먼저 알고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높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기회를 선용하려는 노력은 협상 당사국들의 똑간은 고민이며 또 같은 관심사일 것이다. 그러나 개방화 시대에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다면 문제는 협상자체가 아니라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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