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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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인, 샬럿의 아가씨와 라파엘 전파의 미학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4.3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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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인과 란슬럿의 방패. 방패는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오늘은 기네비어의 대비로 등장한 엘레인, 샬럿의 아가씨에 관해 논의하려고 한다.
세익스피어 조차 작품 속의 여인들을 신의 열등한 창조물이고 이차적인 인물로서 길들여진 낮은 동물로 묘사하였듯이 중세기의 아서왕 이래로 빅토리아 왕조에서 예술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아주 가벼운 대상이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바랄 때면 언제든지 침실로 데려갈 수 있는 존재,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인의 사랑을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이 같이 다소곳하면서도 사랑을 갈구해야만 하는 비운의 운명을 홀로 걸머지고 다니는 여인이 ‘샬럿의 아가씨’다.
테니슨의 시는 물론이고 여러 화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표현된 그 아가씨를 자세히 보기 위해 먼저 불핀치가 쓴 ‘아서왕의 전설’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서왕은 장엄한 마상시합 대회가 윈체스터에서 개최된다고 선언했다.
왕은 다른 기사들보다도 더 빨리 개최되기를 기다렸으며, 대회가 가까워지자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하여 카멜럿 성에 있는 기네비어 왕비와 함께 그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란슬럿 경은 병을 핑계로 뒤에 남았다. 그는 변장을 하고 마상시합에 참가하기로 이미 기네비어 왕비와 약속이 되어 있었다.
란슬럿은 허약한 노인차림으로 수행종자도 없이 혼자 외딴길을 택하여 윈체스터로 향하였으며 마치 시합의 구경꾼처럼 보여 주목을 받지 않았다.
아서왕과 거웨인 기사가 이 모습을 보기는 하였으나 변장한 란슬럿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중간에 일어난 사고가 그의 계획을 흩트려 놓았다.
그의 말이 갑자기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는 변장한 자신의 모습도 잊은 채 다른 기사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만의 독특한 힘과 능력으로 말을 일으켜 세우고 힘을 내게 했다.
방해받지 않고 여행하려던 그의 계획은 다가오는 대회에서 뛰어난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관중에 의해 무너졌다.
저녁이 되어 란슬럿은 마상시합장이 열리는 근방에 위치한 샬럿의 성에 이상한 기사로서 굉장하고 훌륭한 대접을 받게되었다.
이 샬럿 성의 군주는 더 없이 우아한 딸과 최근에 기사작위를 받은 두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아들 하나는 아파서 누워있고 마상시합에 참가하려고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이 병 때문에 물거품이 될 지경에 있었다.
이 상황을 알게된 란슬럿은 샬럿 성 군주의 헐렁한 갑옷을 자신에게 빌려줄 수 있다면 병이 난 형제를 대신하여 참석하겠다고 제의하였다.
군주는 그의 신분을 알지 못하지만 아들이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 제의를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이 사이에 젊은 아가씨는 이방인 기사의 용모에 사로잡혀 그를 천천히 뜯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그를 마음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얼굴색이 수시로 변하면서 란슬럿이 이를 알아차리는 조짐을 보이자 그녀의 방으로 물러갔다. 그리고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란슬럿은 그녀의 오빠를 통하여 자신은 이미 마상시합에 참가하게 되어 기사로서의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말을 전하였다.
여인은 그의 정중함에 만족감을 느끼고 마상시합 때 투구에 매라며 자신의 스카프를 선물로 건네주었다.
아침이 되자 젊은 기사는 윈체스터로 가기 전에 란슬럿을 따스하게 환대해주었던 누이가 사는 여인의 성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다음 날, 그들은 마치 젊은 시절 기사작위를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어떤 장식도 하지 않은 단조로운 갑옷을 입고, 대회참가자의 표식을 위해 방패에 붉은 색을 칠하였다.
그리고 샬럿 성의 아가씨가 준 스카프를 투구 꼭대기에 매고 복장을 가다듬어 대회장에 나갔다.
대회는 두 편으로 나뉘어 하나는 게일호트(Galehaut) 경이 지휘하고 다른 한 팀은 아서왕이 지휘하게 되었다.
잠시 시합이 진횅되면서 게일호트 경이 이끄는 팀이 길을 열며 국왕의 기사단을 압박하고 공격대열로 전환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서도 샬럿 군주의 젊은 기사는 자신에게 걸맞게 상대를 골라 싸우고 있는 반면 그의 동생을 대신하여 참가한 이름 없는 한 기사는 원탁의 기사들만 골라 거웨인, 보호트, 리오넬을 차례차례 쓰러트렸다.
이를 보던 관중들 사이에서 경탄이 일었다. 란슬럿에 버금가는 무적의 힘을 가진 자를 여태껏 보지 못했던 때문이다.
란슬럿이라면 항상 기네비어 왕비가 준 상징 이외에는 투구에 어떤 장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구 앞꽂이 장식으로 스카프를 두른 무명의 기사가 변장한 란슬럿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없었다.
마침내 란슬럿의 이복형인 헥토르 경(액터경으로도 불린다)이 그와 대적하기 위해 나서고 드디어 필사적인 시합이 이루어지면서 란슬럿은 머리에 부상을 입고 투구를 가격 받아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었다. 이를 본 기사들이 전력으로 말을 몰아 구출하였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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