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반식재상(伴食宰相)
[데스크 칼럼] 반식재상(伴食宰相)
  • 이강부 기자
  • 승인 2007.05.01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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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없으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반식재상(伴食宰相)이라고 말하며 당서 노회신전(盧懷愼傳)에서 볼 수 있다.
당나라의 전성기를 이룬 현종의 치세를 개원(開元)의 치(治) 라고 하는데 이 치세의 기반을 닦은 사람은 재상 요숭(姚崇)이었다. 그리고 요숭과 함께 재상 직에 있는 노회신은 청렴하고 검소한 사람이었다.
그는 요숭이 10여 일 간의 휴가를 갔을 때 혼자서 정무를 보았는데, 요숭처럼 신속히 처리를 하지 못해 정무가 크게 지체됐다. 노회신은 자신의 능력이 요숭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것을 알고 그 후부터는 모든 일에 요숭을 앞세우고 요숭과 상의해 처리해 나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회신을 반식재상 이라고 불렀다.
이 말이 지금은 자리만 차지하는 무능한 관리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지방자치 이후 관선 자치단체장에서 민선 자치단체장으로 변하며 저마다 민선 자치 단체장들이 들고 나온 정책으로 관선 시대에 상대적으로 고위 간부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심지어는 요식 행위로 결제를 경유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더욱이 기능별로 나뉘어진 각과를 총괄하는 조직인 국장의 역할이 단체장의 추진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이들을 반식재상 이라며 곱지 못한 시각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고위 간부로 각종 정책에 있어 이들의 역할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자치단체장의 열정이 지나쳐 실무를 담당하는 담당이나 과장에게 직접 지시하고 보고를 받음으로 이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됐기 때문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국장들은 자치단체장과의 동석을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며 매일 실시되다 싶은 간부회의도 형식적인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단체장과 고위 직급의 간부들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 진정 시민이 원하고 시민을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이 절실함에도 정책 입안자가 단체장이라서 단체장의 일이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잘못된 생각과 편견이 자신을 공직자라는 신분 마져 망각하게 함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특히 일부 반식재상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이들의 특징은 그 직을 받기 위해 단체장에게 온갖 방법을 통해 눈 도장(?)을 찍어 그 자리에 오르면 단체장을 외면하며 불평과 불만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발전에 발목을 잡는 행위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반식재상이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진정으로 시민을 공복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정의 노력과 함께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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