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정한 테러지원국은 누구인가
[사설] 진정한 테러지원국은 누구인가
  • 충남일보
  • 승인 2007.05.03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일 미국이 또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했다. 여전히 북한, 쿠바를 비롯한 이른바 반미국가들이 테러지원국에 남아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대한항공 폭파사건의 배후로 의심된다는 것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미해결 등이다. 올해 규정에서 새롭게 2·13 합의 이행 문제를 제기한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나 1987년 있었던 대한항공 납치사건과 관련해선 정부가 북의 소행이라 단정지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수사발표로 인해 20년이 지나도록 의심이 무성한 상태다. 또 일본인 납치 건은 2000년 평양에서 진행된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을 약속한 바 있으나 유골 진위판명 문제로 합의 이행이 중단되어있는 상태다.
게다가 2·13 합의 초기이행 조치의 지연은 미국 내 전문가와 일본을 제외한 6자 회담 관련국들에서도 “이번 사태는 BDA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미국 측 책임이 더 크다”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결자’도 미국, ‘해자’도 미국인 것이 현실이다.
북한과 일정 정도 관계개선은 필요하나 한반도에서의 패퇴는 원치않는 미국이 얼마나 고심 중인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이 아닌 ‘대테러전 협조 불응국’으로 하자는 안까지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한데다가 북의 반발도 예상되니 표현의 수위를 낮추는 한편 테러지원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안까지도 친절하게 안내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어떤 나라를 테러지원국, 협조불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즐겨 하는 이유가 악을 뿌리뽑기 위한 ‘참을 수 없는 사명감’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뻔하다. 국제뉴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의 테러지원국, 테러유인국이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언제라도 맞붙을 수 있는 적대국가 몇쯤은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미국의 고집이 비웃음을 사면서도 거듭 ‘테러지원국’, ‘대테러전 협조 불응국’ 등을 지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만이 테러를 조정하고 다스릴 수 있다는 미망에서 깨어나는 것이야말로 테러가 횡행한 세계를 구원하는 지름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