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란슬럿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마상시합에 참가하면서 그녀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방패를 주고 돌아올 때까지 잘 간직하라는 말에 그녀는 모든 정성을 다하여 그것을 보호한다.
이 때부터 란슬럿의 방패는 엘레인이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탈출하는 출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만든 성에 올라 란슬럿의 방패를 보살피고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물론 알프레드 테니슨은 그녀가 만든 환상이 무엇인지 밝히고 있지 않고 그에 대한 상상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란슬럿이 마상시합에서 부상을 당하고 돌아왔을 때도 그녀는 그를 치료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했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대한 상(償)으로 그녀의 이름을 물어보았지만 밝히기를 거부한다.
자신은 떠나야 하니 이름을 밝혀달란 란슬럿의 거듭된 요청에 엘레인은 곧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고 뒤늦게 사랑을 고백한다.

“나는 미쳐버릴 거예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죽을지도 몰라요”

란슬럿 자신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엘레인은 결혼은 필요 없으며 자신과 함께 있어주면 된다고 말한다.
여인이 되길 포기하고 애인이 되길 작정하고 한 말이었다. 란슬럿은 엘레인이 자신을 짓누른다고 생각하며 엘레인이 경험한 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네.
처음으로 반짝이는 사랑은 흔한 젊음.
나는 그것을 알고 있네.
그리고 당신은 스스로에게 미소짓고 있네.
여기 당신이 삶의 꽃을 지불할 때
나이가 아니라 그대에게
어울려야만 하네.(944-948)

사랑을 거부하고 떠난 후 엘레인은 자신의 성으로 올라가서 란슬럿의 방패가 없는 빈 허공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이 무시된 데 대한 행동으로 침대에서 ‘사랑과 죽음의 노래’를 부르며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는 유언대로 그녀를 배에 실어 란슬럿이 있는 성으로 보낸다

달콤함은 진정한 사랑, 그러나 그것은 헛되고 헛되도다.
그리고 달콤함은 고통을 가져오는 죽음,
아니, 나는 달콤함을 몰랐네, 나는…
사랑 그대는 달콤한가?
그것이 쓰다면 나는 죽을 것이오.
사랑, 그대는 비통한가?
달콤한 것이 나를 죽음으로 인도하네.
오 사랑, 죽음이 달콤하다면
나는 죽음을 맛볼 것이네.
달콤한 사랑,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달콤한 죽음, 그것은 우리를 너무 박정하게 하네.
아니, 나는 달콤함을 알 수 없네, 나는…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