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52
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52
기네비어, 샬럿의 아가씨와 라파엘 전파의 미학(6)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5.07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샬럿의 아가씨- 나는 이제 그림자에 병이 날 지경이에요’라고 제목이 붙은 시드니 H. 메티야드의 1913년 작품. 푸른색을 많이 사용했고, 다소 이완적인 자세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누워있는 듯한 자세는 메티야드가 아가씨를 육감적인 욕망과 성적인 암시를 드러내고자하는 의도였다.
테니슨에 의해 그려진 기네비어 왕비는 아서왕이 만든 원탁에 혼돈을 가져오고 불손한 삶을 살아간 여인이다. 그리고 아직 “희망을 두려워하고 늦지 않았을까요?” 하며 되묻는 여인이다.
테니슨은 결국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고 진실한 여인으로 거듭나도록 한다. 그녀는 마지막 삶을 수녀원에서 보내며 진실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죽음으로 진실함을 얻은 것이다.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아직 그녀는 희망하면서 두려워하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녀원 그 곳에 살았네.
그리고 선한 행위, 순수한 삶을 위해
그리고 봉사의 힘을 위해
그리고 그녀를 있게 한 고귀한 신분을 위해
수녀원을 선택하고 3년을 살았네.
그리고 평화의 목소리 너머로 갔네.

테니슨은 기네비어 왕비에게 진실의 여인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준 것처럼, 엘레인에 대해서도 진실한 여인으로부터 거짓의 여인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테니슨의 시에서 엘레인은 처음에는 진실의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만든 정열의 덫에 걸리면서, 그것이 거짓의 여인이 되는 요인이 되었다.
엘레인은 사랑을 위해 규범을 깨지만 란슬럿에 의해 거부된다.
기네비어 왕비와는 반대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기네비어 왕비가 수녀원에서 참회와 기도를 통해서 진실의 여인으로 되살아나지만 엘레인은 진실의 여인으로 출발하여 거짓의 여인으로 끝나게 된다.
셋째의 소재는 마법에 의하여 거울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거울 속을 지나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러 현실의 밖으로 나오다가 죽는 운명을 맞이하는 ‘샬럿의 아가씨’다.
‘샬럿의 아가씨’는 마법에 걸린 채로 아서왕이 사는 카멜럿 성의 상류에 살고 있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다.
그녀가 하는 일은 거울 속의 창을 통해서만 외부세계를 바라보며, 직물자수를 수놓는 일이 전부다.
그녀는 마법 때문에 직접 바깥세계를 보지 못하고 현실의 그림자만 보다 지겨워 미칠 지경(half-sick)이 된 여인이다.
그 부근의 농부들은 그녀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는 있으나 그녀를 보지는 못했다.
샬럿의 아가씨는 일반 사람들, 사랑하는 여인들, 둘씩 조를 이뤄 말을 타고 가는 기사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보아왔다.
어느 날 그녀는 란슬럿 기사가 혼자서 말을 타고 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금지되어 있었지만 창 밖을 통해서 그를 보았다.
곧 거울이 산산조각이 나고 수를 놓고 있던 자수는 바람에 날려 찢어지고 저주를 느끼게 되었다.
가을의 폭풍이 갑자기 일어나고 여인은 갇혀있던 성을 떠난다.
그녀는 버드나무 아래 매어 있는 배를 발견하고 선두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후 배를 타고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배는 카멜럿 성까지 떠내려간다.
사람들이 배와 그녀를 발견하지만 그녀를 알아보고 불쌍히 여긴다. 란슬럿은 그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