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하루에 근로자 7명씩… 산재(産災)로 죽는 나라
[제언]하루에 근로자 7명씩… 산재(産災)로 죽는 나라
  • 이 규 남 산업안전관리공단 충남지도원장
  • 승인 2009.07.15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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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인지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인지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대다수 국민은 어느덧 무역 규모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잘 사는 국가라고 주저 없이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복한 국가의 기준을 국민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67.5명으로 OECD 국가 중 헝가리에 이어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안전사고 사망자 수치는 한국의 안전수준이 국제적으로 매우 뒤쳐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이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사고 또는 직업병으로 인하여 약 9만6000명의 재해자가 발생하고 이중 약 2400명이 사망하여,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약 17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일터에서 얼마나 많은 근로자가 희생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내 직장, 내 일터에서 평균 7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는 것을 이웃나라 일본의 수치와 비교해보자.
작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는 약 1200여 명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했다.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萬人)율’을 각각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5~6배 이상 산재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초래한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경영자의 대다수가 안전과 관련된 투자가 회사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무시한 생산 위주의 경영활동을 펼치게 되어, 정체된 산업경제 활동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가 증가되고 있는 것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아직도 산업재해자는 직장에서 일하는 우리가족, 친지, 동료, 선후배 중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잠시 하나의 사회적 이슈로 생각하고, 그 순간이 지나면 어느덧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의 제조업체 및 건설현장에서 약 5만6000명이 재해를 당했다. 그런데 이들 재해자 대부분이 비교적 높지 않은 장소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하여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 위험 기계기구 및 설비에 감기거나 끼여 다치는 사고, 근로자가 작업 및 이동 중 부주의에 의하여 넘어지는 사고 등 소위 재래형 산업 재해자의 발생 비율이 선진국에 비교하여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재래형 사고는 과거 7~80년대 근로자를 ‘산업전사(産業戰士)’로 지칭하면서, 전쟁터에서 일부 희생이 불가피한 것처럼 산업재해도 어쩔 수 없는 희생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아직도 남아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기인한 것 같아, OECD에 가입한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 국가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의식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라 하겠다.
특히 최근 들어 산업현장에서 다양한 유해 화학 물질 사용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직업병 증가 문제와 더불어 과중한 업무에 의한 업무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과 음주, 흡연 등으로 인한 협심증과 심근경색,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치료중인 근로자가 증가하고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과연 우리나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 성숙한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산업재해자 문제를 지금까지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당사자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잘못되고 그릇된 생각을 바꾸어,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점이며 책임이라는 사실을 다 함께 인식해야만 근원적인 산업재해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로, 산업재해 예방활동은 기업의 경영활동의 중심축으로 산업현장의 전문기술 및 기능인력 자원을 보호하여 최근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줄 지름길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셋째로, 산업재해 감소에 정부가 앞장서고, 사업주와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함께 공동으로 법질서 준수 차원으로 안전문화 의식을 높이는 운동을 계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자들 모두가 안전사고 위험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계발과 이를 꾸준히 실천해 가는 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근로자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최고의 가치인 동시에 최소한 존중 되어야 할 모든 근로자의 권리이다.
이러한 가치와 권리가 보다 널리 누리고 존중받는 국가만이 잘사는 나라 행복한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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