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승의날에 휴교한다고 달라질게 있나
[기자수첩] 스승의날에 휴교한다고 달라질게 있나
  • 한내국 기자
  • 승인 2007.05.15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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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스승의 날이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 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 자녀들은 “하루 학교 안간다고해서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 없다”고 말한다.
돈 많은 부모들 촌지쯤이야 얼마든지 건낼 수 있는거고 꼭 그래야하는 곳에선 담임선생님 선물 사드려야하네, 무슨 선생님 선물사드려야하네 하며 몇천원씩 걷어 가다보면 어느새 만원단위 훌쩍 넘어버린다.
그래도 30명이 넘는 반의 경우는 그렇다치지만 심화반(소수 몇명만 뽑아 가르키는 교실)학생들의 부담은 곱절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한 반에 10여명 되는 경우 돈이되지 않아 2000원씩 걷는 다른 반보다 많은 5천원씩 걷어야 하는 경우다.
문제는 학원비다 사교육이다 하여 이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심화반제도다. 그러나 자녀들을 옥죄는 강요가 학교문화로 커버린 까닭에 심화학습비조차 자녀들은 사교육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비용을 걷어 교사들의 추가수당을 충당하려는 것인가.
이땅에 오래전 60·70년대에 만들어진 스승의 날이 사교육공화국에서 길들여진 학부모참여형 학습효과로 요즘 우리 자녀들은 부모가 대신 다녀주는 학교생활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고있다.
학교는 또 어떤가. 그들의 줄로 스스로를 묶어버린 결과 이제 스승의 권위도 또 스승의 자격도 의심받는 처지에 이른 것이 아닌가.
이 표현에 덜컥 화를 낼 스승이 많을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이 글 때문에 화도 나지 않는다면 그가 참 스승일리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스승의 날을 휴교하는 것이 등교로 겪는 부작용을 피해보자는 것때문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학교가 스스로 이 땅의 교육을 책임지는 장소며 또 스승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스승으로 거듭나야하지 않는가.
맹자공손추(公孫丑) 상편에는 공손추와 맹자의 문답이 실려 있다. 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고 나서 순리(順理)와 의기(義氣)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송나라의 한 농부의 조급한 행동을 예로 들었다.
그 농부는 자기가 심은 곡식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그 싹들은 뽑아 올렸으나 그 싹들은 모두 말라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리해서라도 잘 되게 하려고 했던 농부의 행동은 오히려 무익(無益)의 정도를 넘어서 해악(害惡)이 되었던 것이다.
조장(助長)이라는 말은 문자적으로 도와서 성장시키다라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쓸데없는 일을 해서 일을 모두 망쳐버리다라는 부정적 의미가 훨씬 강하다.
싹과 같은 우리의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그리고 과외 학원을 전전하며 뿌리가 흔들리도록 조장(助長)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맹자는 아이들을 가르침에 마음을 망령되이 갖지 말며(心勿忘) 무리하여 잘 되게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勿助長也) 고 우리 어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오월이면 돈 쓸 일 밖에 없다’는 말은 어느 신문기사의 머리제목이다. 지금 우리 자녀들은 기성세대에게 말한다”그놈의 썩어빠진 교육때문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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