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흥동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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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대흥동으로 (56) 비 오는 날 술 한잔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5.16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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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내리 저녁나절 대흥동 야외무대에서는 신나는 음악과 댄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현란한 조명사이로 허옇게 뿌려지는 빗줄기는 오히려 형형색색의 예술적 감각의 형상화로 승화되는 분위기이다.
무대 위 행사가 마무리가 되는 듯 18인조 빅 밴드가 연주준비를 한다.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음악이 나온다. 싱글이나 듀엣이 아닌 18인조 앙상불은 장중하여 깊은 맛이 있었다.
허공에 포물선을 선을 긋는 지휘자의 현란한 움직임에 따라 금관악기와 목관악기, 타악기, 현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류가 가임을 보며 말했다.
“역시 여럿의 어울림 음악이 웅장해요”
“저렇게 이어지는 메들리의 협연도 듣기가 참 좋으네요”
그러자 앞에서 열심히 박수를 치며 들떠있는 늘 풀든 총무팀장이 상기된 얼굴로 말을 한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저 18인조의 빅 밴드 음악이네요. 야호오---- 좋아라아----”
비 오는 날 퓨전 팝과의 만남의 행사를 보며 그류는 일행과 함께 야외무대 옆에 있는 벽돌집이란 식당으로 갔다.
식당 안은 비 오는 날 저녁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류 일행은 불판에 고기가 타는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들떠있는 좌석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늘 풀든 총무팀장이 소리를 친다.
“어이 청년, 여그 안창살 4인분과 소주 한 병 주랑께요”
“예 소온님, 금방 가져가겠습니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늘 손지 미디어팀장이 그류에게 술을 따르며 말한다.
“그류 선생님. 이번에 대흥동 출가로 몇 달 세상나들이 하셨는데 어떠신가요?”
그류는 아직도 야외무대의 음악공연에 들떠있는 기분으로 술잔을 받으며 말한다.
“예 두루 세상구경 잘 하고 돌아왔어요”
가임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떠나는 자 그대 모습 아름다울진데 세상이 네모나던가요? 세모나던가요? 호호호---”
그류는 술잔을 홀짝마시며 대답한다.
“허허허--- 그 놈에 세상은 네모도 아니고 세모도 아니고 그거 그렇더이다. 모든 것은 오로지 내 마음에 있더이다. 애로라지 세상만사(世上萬事 唯心所小作)이지요”
늘 풀든 총무팀장이 궁금한 듯이 생고기를 먹으며 말한다.
“고것이 뭔 말이당가요?”
“하하하--- 그 말은 내 마음속에 세상을 네모로 보면 네모이고 세모로 보면 세모라는 얘기이지요. 오로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그 어떤 사유(思惟)의 언저리는 나의 눈을 통하여 그렇게 비추어진다는 얘기입니다”
“늘손지 미디어팀장이 말한다.
“알듯 모를 듯 두 분의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담론(談論)에 술잔이 구멍이 날 듯 합니다. 자, 술잔 비우지요”
가임이 권주사를 말한다.
“자, 한 잔 하지요. 제가 당신, 하고 외치면 멋져, 하고 큰 소리로 외치세요?”
“당신!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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