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로만 부르짖는 비핵화 실효성이 문제다
[사설]말로만 부르짖는 비핵화 실효성이 문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0.04.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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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호소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주재한 핵안보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렸지만 그러나 핵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핵안보를 의제화하려는 이 야심찬 국제적 논의는 초반부터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
무기용 핵물질이 폐기나 동결의 대상이 아니라 안보의 대상으로 의제화 되었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물론 핵안보라는 표현에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핵테러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고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핵무기 없는 세상이 그의 생전에 도래할 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안보론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핵보유국의 적극적이고 공정한 핵군축 및 비확산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드러난 현실은 사실과는 거리감이 많다.
우선 참여국가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
이번 핵정상회의에 참여한 47개국 중에는 핵확산에 책임이 있는 주요 당사국(행위자) 중 일부가 선택적으로 초청되거나 배제되었다.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미가입국인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는 초청되었고 이 중 이스라엘은 초청받고도 의도적으로 불참했다. NPT 가입국인 이란, 시리아와 탈퇴국인 북한은 초청 조차 받지 못했다.
포용(engagement)을 의도했다고 말하기에는 북한과 이란에 대해 공평하지 않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NPT 가입 핵보유국들의 핵군축 의지가 핵안보 드라이브 만큼 강력한지 여전히 의문이다.
상대 핵보유국에 대해서 핵으로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핵선제공격배제(No First Use) 정책 역시 끝내 채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안보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방어체제(MD)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국제적인 핵군축·비확산 의지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일본과는 무기화 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을 허용하는 미-일 원자력협정을 맺고, NPT에 미가입국한 핵보유국 인도와는 민간핵기술을 교류하는 미인도 원자력 협정을 추진하는 등 자의적이고 편향적인 핵정책을 취함으로써 다른 핵 비보유국들의 비확산 의욕을 감소시키고 핵보유 열망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단지 북핵 폐기에만 집착하기보다 보편적인 국제 핵군축 논의에 주도적으로 동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비전을 일치시켜나가는 외교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핵테러 예방체계의 정비는 시급하지만 핵군축 노력과 병행되어야 하며 핵 통제 질서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복원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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