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내부의 인프라를 갖추는게 우선이다
[데스크칼럼] 내부의 인프라를 갖추는게 우선이다
  • 김수환 부장
  • 승인 2007.06.18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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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은 공산품에 비해 여러모로 가격 변동이 심하다. 17세기 영국의 그레고리 킹은 옥수수 생산량이 조금만 변해도 옥수수값이 큰 폭으로 요동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수확량이 10% 줄면 값이 30% 오르고 20%가 줄면 가격은 80% 상승하며 수확량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값은 450%나 급등한다는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을 최초로 체계화 했다.
현대 경제학은 이를 농산물의 수요나 공급이 모두 가격변동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쌀값이 오르거나 내린다고 해서 쌀의 수요나 공급이 곧바로 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거꾸로 농산물의 수요나 공급에 작은 변화만 있어도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원인이 된다. 또 생산량과 가격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농산물도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옥수수와 돼지의 생산량과 가격이 시차를 두고 엇갈리면서 오르내리는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다. 어느 해에 옥수수가 풍작을 거두면 사료용 옥수수값이 떨어지고, 돼지 사육두수가 늘어난다.
다음해엔 옥수수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이는 바람에 옥수수값이 오르고 돼지 농가들은 사육두수를 줄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값이 오른 데 고무된 옥수수 농가들은 그 다음해에 거꾸로 재배 면적을 늘린다. 이처럼 2년을 주기로 옥수수와 돼지의 생산량과 가격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증감과 등락을 거듭하는 현상을 ‘콘-호그주기(Corn-Hog cycle)’라고 한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별 농가의 합리적인 행동이 농가 전체로는 손실을 부르는 합성의 오류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다.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곤 하는 돼지 파동과 김장용 배추 파동이 대표적이다. 농민들이 개별 이익을 앞세워 수급 판단을 거꾸로 하는 바람에 새끼 돼지를 구덩이에 파묻고 멀쩡한 배추밭을 갈아엎는 일이 주기적으로 거듭되는 것이다.
최근 한우값이 폭락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소값 파동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우의 유통 구조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안에서도 점포에 따라 한우 값이 최대 70%나 차이가 난다. 유통업체들이 유통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산지 소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소비자가격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축산농가는 헐값에 팔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먹는 게 현실이다.
비싼 것도 문제지만 음식점에서 진짜 한우인지 확인할 길이 별로 없다. 90평 이상 대형 음식점만 원산지를 표시하는 바람에 전국 50만 곳 음식점 가운데 겨우 3000여 곳만 한우와 수입산을 구분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격이 비싸야 한우라고 믿을 수 있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음식점 원산지 표시를 확대하고, 수입산을 한우로 속이는 경우의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도입 초기 단계인 쇠고기 이력추적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우의 품질이 탁월한 만큼 적절한 가격에 믿고 먹을 수 있다면 수요는 얼마든지 있다. 개방에 지레 겁부터 먹을 게 아니라 유통구조 등 우리 내부의 인프라를 갖추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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