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장만 있고 선원은 없는 선진당호”
[기자수첩]“선장만 있고 선원은 없는 선진당호”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8.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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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여름휴가 내내 자택에서 심사숙고 한 보람이 있는지 휴가에서 돌아오자 마자 ‘당 개혁위원회’ 설치를 통한 ‘대폭 개혁’과 ‘개방정당’으로서의 새로운 ‘인재수혈’ 등 가라앉고 있는 ‘선진당호’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회창 대표는 지난 9일 회의를 통해 “6·2지방선거와 7·28재보선에서 패배한 후 일부에서는 선진당이 존립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일성을 토했다.
그는 “지금이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거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잘못을 반성해야 하지만 창당 후 추구해온 가치, 당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까지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격려했다.
이 대표는 “선거결과는 국민이 우리당에 대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 것으로서 향후 총선과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국을 주도할 이슈는 변화와 미래가 될 것”이라며 “자유선진당은 충청권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변화와 혁신을 위해 선결 조건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뉴리더십이다. 이는 당의 미래를 여는 미래의 지도체제로서 외부에서 빌려오는 리더십이나 땜질식 리더십이 아닌 자체내 인력을 키워 진정한 선진당의 뉴리더십을 만들자는 것이다.
둘째는,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는 정당이다. 즉,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는 활동의 장이 되도록 당의 문호를 활짝 개방함으로써 국민에게 자유선진당이 미래를 향해 변화를 추구하는 정당임을 보여주자는 것.
마지막은 조직과 구성을 대폭 개혁, 개편하자는 것이다. 당 내에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중앙당과 시도당의 조직과 구성을 기존의 관행과 사고의 틀을 넘어 효율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활용의 정당조직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제3당의 위치를 확고하게 지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선진당 주요당직자들의 행보를 보면 이런 이 대표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어이가 없다.
연이은 선거 패배 후 당의 정체성과 존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창 당내 안팎에서 제기되던 지난 주는 당 대표가 휴가 중이니 잠시 쉬어간다고 쳐도 당 대표가 휴가 후 복귀한 이후로도 의원들의 행태는 나아진 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 주요당직자회의 당시에도 절반이 안되는 의원들만 자리를 채웠고 절반 이상인 12명의 의원은 해외 등으로 외유를 나간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물론 국회의원도 사람인데 어떻게 1년 내내 업무에만 매달릴 수 있겠는가.
또 지역구 의원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들을 위해 지역에서도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휴식과 지역구 활동도 정도가 있는 것이고 당무를 소홀이 할 사유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당무라는 것이 결국 국회에서 국민들을 위해 국회의원의로서 해야할 업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파악된 바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은 10일이 넘는 일정으로 해외를 다녀온 뒤 또다시 해외로 외유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업무상 사찰일 수도, 연수일 수도 있지만 휴가철에 2-3번씩 장기로 외유를 떠나는 모습을 곱게볼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또 사실상 업무상 외유라지만 개인적인 휴가를 겸하는 일정일라는 것을 모를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무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로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외유도 적당히 한다면 국민들도 이해하고 업무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국민의 대변인으로서 해야할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특히 행정안전위원회와 예결산틀별위원회를 맡고 있는 이명수 의원의 경우 지난달 말 7·28재보선이 끝나자 마자(아마도 선거는 끝나고 갔을 거라고 믿는다) 해외로 떠났다가 지난 8일 귀국했다.
선거 이후 당 안밖이 어수선할 때 국회를 떠남으로써 일부에서는 “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의원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이런 나몰라식의 외유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8일 귀국한 이 의원은 9일 이번에는 중국으로 떠나 오는 13일경에나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태풍과 폭우 등 각종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시기에 정작 담당 위원회 소속의원은 해외로 외유중이라니.
실제로 얼마전 국지성 폭우로 9년만에 서울시민 3명이 사망하고 10년간 위험성을 모르고 타고 다니던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폭발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기에 유일한 선진당 소속 행안위 의원은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지역구 활동을 위해 주요당직을 고사한 사람이 정작 지역에서도 별로 활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역에서도 당에서 볼 수가 없으니 도무지 소속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명수 의원의 외유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의원은 두 차례의 외유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17일 이번엔 유럽으로 떠나 이달 말경에나 귀국할 예정이란다. 결국 8월 한달 내내 사실상 세계일주를 하고 오는 셈이다.
과중한(?) 업무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 어느 정도 휴가는 필요하고 넓은 시야와 사고를 위해 외유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공무(?)로 나간다는 사유가 있을 망정 1개월 간의 세계일주는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이때 소속 의원들이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모습은 아무리 대표가 쇄신을 이야기하고 노력을 약속한다 해도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선진당이 어떤 개혁과 변화를 이뤄낼지, 과연 달라지기는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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