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앞에서 달래고 뒤에선 때리는 MB정부
[기자수첩]앞에서 달래고 뒤에선 때리는 MB정부
  • 이규복 차장
  • 승인 2010.08.18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던진 ‘통일세’라는 한마디가 정치계의 이슈가 된 것은 물론이고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우려를 낳으며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대북 정책이 강경일로를 걸으며 우리측은 연일 새로운 군사훈련 계획을 수립하고 북한은 이에 대한 강경대응을 발표하는 등 하루하루가 전쟁발발에 대한 우려 속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무슨 ‘평화통일’이냐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도 서민들의 경제가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금융부채를 줄이고 재정자립도를 높일 생각은 않고 내년 공무원들의 임금을 5%를 인상하니 6%를 인상하니 하며 논공행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를 위해 각종 공공요금을 줄줄이 올리더니 또다시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높이는 통일세를 거론한 것은 통일을 준비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반대하는 마음만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회창 대표는 18일 당내 회의를 통해 “국민은 세 부담 때문에 지금 넌더리를 낼 지경인데 통일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통일에 대한 거부감만 확산시킬 수 있다”며 “이것은 통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에 반대하는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현실성도 없고 오히려 통일에 대한 염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통일세 제안을 이 시점에서 왜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준비되지 않은 추상적인 통일세 제안은 혼란만 일으킬 뿐이며 통일 비용에 대한 대비에 앞서 통일 비용을 줄이는 방안부터 강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성토했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를 제안했다가 발론이 일자 “당장 과세할 것이 아니고 통일에 대한 마음을 준비를 하자는 뜻”이라고 부연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세와 관련해 “현재 사회적인 공론화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세 등 통일비용 문제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차분하게 후속조치를 준비해나갈 계획”이라며 “이 문제는 유관부처와 전문가, 국회 등 각계의 의견수렴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적절한 기회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대통령은 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돌려서 말했지만 실상은 이미 실무진에서는 구체화에 돌입한 것이다.
환경세와 탄소세에 술과 담배에 대한 소위 ‘죄악세’ 등 새로운 세금의 신설이 논의중이거나 도입을 추진중인 와중에 통일세까지 앞에선 아니라고 하고 뒤에선 준비중인 정부.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은 연일 ‘친서민정책’을 부르짓고 ‘더 가까운 친서민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회의 때마다, 방송에 나올 때마다 외치고 있다.
과거 한때 유행했던 우스개 소리인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