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대 이름은 강안남자(强顔男子)요!
[기자수첩]그대 이름은 강안남자(强顔男子)요!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8.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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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8·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대상자 10명의 국회 청문회를 보며 모 일간지에서 연재하며 세간의 화제가 됐던 소설 ‘강안남자(强顔男子)’가 생각났다.
여기서 강안남자란 뻔뻔한 남자이자 낯가죽이 두터운 남자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기꾼의 행각을 일삼는 남자를 뜻한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7명, 경찰청장과 국세청장 후보자 등 10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결과, 그들은 진정 ‘강안남자(强顔男子)’들이었다. 물론, 진수희 후보자는 여성이지만 그 또한 다른 사람들에 뒤지지 않는 강안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2006년 경남도지사 재선에 나섰을 때 경남은행과 농협에서 선거자금으로 10억원을 빌렸다가 선거가 끝난 뒤 국고에서 선거비용을 환급받아 갚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출이 이뤄질 당시의 은행법 38조는 직접·간접을 막론하고 정치자금 대출을 할 수 없도록 못박았었다.
김 총리 후보자는 결국 “사과한다”고 했고, 이어 ‘경남도청 직원을 사택에 배치해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한 것은 직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또 사과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조현오 경찰청장,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 대상자 10명 중 절반인 5명이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미국 국적을 가진 딸이 국내 병원 진료를 받은 뒤 비용은 한국 건강보험으로 처리했고,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훈 후보자는 서울 ‘쪽방촌’투기 문제, 신재민 후보자는 지난 17년간 부동산 거래 17번에 위장전입 4번과 친구 회사에 부인을 취업시켜 도움을 받은 사실 등에 대해 사과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언함 유가족들을 짐승에 비유한 발언 등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건강보험 비리를, 지경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문광부 장관은 17번 이사, 총리후보는 총체적인 비리를 저지르는 등 각 부처에 딱(?) 맞는 비리인사만 골라서 선정한 MB정부의 뛰어난(?) 인재관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토록 적재적소에 맞는 인사를 발탁한 MB정부 역시 강안남자들로 구성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청문회도 끝나고 대통령의 임명만이 남았다. 정부 관계자는 청문회 이후 임명전 낙마한 예가 없다며 강행할 의사를 비추고 있다.
청문회를 지켜보며 혀를 찼던 국민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위법을 저지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인사가 별 탈없이 고위공직에 오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지 파란지붕 아래 머물고 있는 어른들께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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