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태 칼럼]물가고통 서민 압박하는 정부
[김남태 칼럼]물가고통 서민 압박하는 정부
  • 김남태 편집국장
  • 승인 2010.10.18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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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환율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물가급등을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문제가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 3개월 동안 동결한 것과 관련 국정감사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한은이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함으로써 물가 안정과 가계의 빚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같은 금리유지는 정부가 수출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서민들의 물가부담을 강요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고도 실제 행동에 옮기지 못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과 통화정책에까지 불신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행 낮은 상태의 금리지속은 최근 소비자물가와 수입물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자극받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기를 포기하고 환율 방어에 매달리는 바람에 서민들만 물가 상승의 희생양이 되게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금통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주요국 간의 ‘환율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연 2.25%로 묶었다.
채권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이 결정으로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고 정기예금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대까지 떨어졌다. 금통위는 8월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들어, 9월에는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게다가 현 금리는 금융위기가 다시 오면 통화신용정책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기준금리를 조속히 국제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리고 빚 상환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물가불안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들어 배추값 폭등에 이은 서민물가의 급등이 OECD국가 중 두번째로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하반기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저금리유지로 물가 관리를 포기한 것은 수출 대기업 등 가진 자를 위한 정책 결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그 부인은 대답하길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하였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게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無苛政)’라고 짧게 대답했다. 자로의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라고 하였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이는 가정(苛政) 즉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를 뜻한 것으로 번거롭고 무서운 세금과 노역 등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연일 국정감사를 통해 터져나오는 이 같은 가혹한 정책들은 10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건보가입자 가운데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사람은 모두 1637명, 61억3000만원에 이르고 수억 원을 가진 재산가가 가족이름으로 등록되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등 제도와 정책 헛점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형평성을 어기고 부자를 돕는 정책을 양산한다는 정부가 바로 우리 정부라면 이는 말 그대로 가혹한 정치를 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배추값 폭등원인이 제도상 문제로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하면서 G20정상회의를 한다며 노상단속을 무차별로 하고 노숙자를 상대로 불신검문을 해대며 곳곳에서 강제성을 보이는 정부가 하는 일이 아무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은 바로 이런 문제들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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