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의 눈물은 민족의 눈물이다
[사설]이산가족의 눈물은 민족의 눈물이다
  • 충남일보
  • 승인 2010.10.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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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 긴장이 악화되면서 끊겼던 이산가족들의 상봉이 다시 시작되면서 분단의 아픔이 고착화된 민족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매우 비통하다.
이번 이산가족의 상봉은 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 현안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내내 진통을 거듭하며 성사된 것인 만큼 그 의미 또한 예전 같지 않다.
이와 함께 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신의주 수재민을 위한 쌀 5000t이 이날 선박에 실려 중국 단둥으로 떠났고, 컵라면과 시멘트 등 북측 요청 지원물자도 곧 공급될 예정이다. 남측의 인도적 지원과 북측의 회담 재개 등 유화 제스처로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내달 한반도에 유사 이래 첫 세계 선진국 정상들이 다 모이는 G20 서울 정상회의는 북측의 이미지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다.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중앙위 부위원장이 어제 첫 만남에 “성의에는 성의로 대하면서 회담을 잘하자”고 말한 것은 음미할 만하다.
과거처럼 조건이나 숨겨진 의도가 없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사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이 민간인을 직접 겨냥한 범죄임에도 2년이 넘도록 진상 규명은커녕 신변안전 보장, 재발 방지 등 우리 요구에 북측은 묵묵부답해 왔다.
더욱이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국민적 원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북 쌀 지원 재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과거 퍼주기식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국가의 장래와 배곯는 민족 지원이라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재민용 쌀 지원 결정을 내린 것은 긍정적이다.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다행 아닌가.
어제 회담에서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제시하고 북측은 ‘정상화’라는 다소 미묘한 표현을 들고 나왔지만, 진정한 의지만 있다면 정례화 합의를 못 이룰 게 없다. 남한 내 이산가족 생존자 8만3292명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가 77%인 점을 감안하면 정례화를 통해 많이 만나는 게 화급한 일이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의 연계 등 얄팍한 정략적 차원으로 다룰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 북측이 그동안 일방적으로 차압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등 재산권 문제도 이번에 확실히 다뤄야 한다. 북측의 쌀 30만t 추가 요구는 이런 난제들의 포괄적인 협의를 통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사태 재발 방지와 천안함 폭침 사과 등 꼬인 문제는 제쳐두고 당장 실리만을 챙기려는 북측의 속셈에 끌려만 가서는 곤란하다.
상봉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도 북한은 우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이를 발사하면서 그들의 야욕을 경고하는 행동을 보였던 만큼 우리가 냉정하고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남북간의 아픔을 치유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다.
이는 다가 올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북의 의도가 통하지 않는 그런 책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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