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논단] 정부의 레임덕과 국책사업의 표류
[수요 논단] 정부의 레임덕과 국책사업의 표류
  • 류근찬 의원 【 국민중심당 정책위 의장 】
  • 승인 2007.02.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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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책 사업이 대통령의 임기 말을 앞두고 심하게 표류하고 있다. 국가운영이 흔들리면서 공직사회는 몸을 사리며 전가의 보도처럼 ‘타당성 부족’이라고 변명하고, 시민 환경단체는 단체대로 환경 지상주의를 내세워 정부를 압박하는 바람에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 뿐이다.
장항산업단지 개발문제는 표류하는 국책사업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정부가 갈팡질팡 하면서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환경보존을 주장하는 반대여론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새만금 사업도 그랬고, 경부고속철도, 동강댐 등 국책사업들이 모두 그랬다. 반대여론에 질질끌려 다니느라 사업추진이 늦어져 입은 경제손실이 경부고속철도, 동강댐 등의 국책사업에서만 4조원이 넘는다는 것이 상공회의소의 추산이다.
국가 정책적으로 볼 때, 국책 사업을 경제적 타당성과 생태적 가치의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될 일이다. 타당성뿐만 아니라 재원 확보의 여건, 사업의 시급성 외에 지역균형발전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더 우려스런 일은 시민단체의 요구와 포퓰리즘에 좌우되어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이 여론의 눈치 보기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권력 누수가 일어나는 대통령의 임기 말에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형국책사업은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가 많기 때문에 시설이용의 경제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이 기준이라면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경우에만 경제성이 높게 나타날 것이고, 인구 과소지역인 지방은 경제성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전후방 연계효과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인구분산 효과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이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즉, 지방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배려도 또 다른 판단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항만과 공단, 도로와 지하철 등의 경우 이용률이 많은 수도권과 같은 경제성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경제성이란 기준도 시설투자지역의 위치에 따라서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보완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반시설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될수록 지방의 경제성 기준은 떨어지고, 지방의 침체는 악순환을 거듭하여 경쟁력 없는 공간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원리가 금과옥조로 적용되는 분야라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민간이 먼저 투자할 것이다. 그러나 국책사업은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아 민간이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사회 공공재를 투자하는 것이다. 지방을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국책사업은 그 추진 여부가 경제성 우선 기준만으로 결정될 수는 없는 것이며, 또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장항산업단지처럼 국책사업이 십수년씩 지연되는 것은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하고 포퓰리즘에 좌우되는 정부의 리더십과 책임감 부재가 제일 큰 원인이다. 국책사업이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의 편익 차원에서 적시에 집행되지 못한다면 정부의 조정역할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된다. 경제성과 환경도 고려해야 하지만 지방의 경쟁력 없이 치열한 국가경쟁 속에서 보존과 개발의 이분법적 사고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참여정권의 포퓰리즘적인 정치성향과 국정운영 방식, 레임덕 시기에 정부의 무소신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 집행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소모적인 논쟁과 대립을 방관할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지방의 발전과 국민을 위해서 진정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행동을 통해 보여 주어야 한다. 선진국처럼 분쟁해결 시스템을 찾아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고 사업을 추진하는 실천력만이 국민부담과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의 인식과 의지, 그리고 실천력이 문제인 것이다.
엄동설한에 서천을 중심으로 충남도내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일고 있는 ‘장항산단의 조기착공’을 요구하는 충청인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정부의 그 인식과 의지, 그리고 실천력을 보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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