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 너 떨고 있니?
[기자수첩] 국회, 너 떨고 있니?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11.1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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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내년도 예산에 대한 심사에만 몰두해도 벅찬 일정 속에 여·야간 대립은 물론, 검찰의 전방위적인 사찰에 곤혹스러워하며 예산국회가 산으로 가는 중이다.
대정부질문 와중에 터진 청목회 로비의혹에 따른 현역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며 예산국회의 파행은 예견된 상황이었으나 최근 검찰의 사정의 칼이 여야를 막론한 전방위적인 국회의원 비리조사에 초점이 맞춰지며 국회가 흔들리고 있다.
여야는 현역국회의원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초당적 대응을 천명하고 별 소득은 없었지만 지난 주 하루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현안질문을 가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갑작스럽게 검찰의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히며 야당만 검찰조사에 반하는 모양세가 됐고 이번엔 전 환경노동위원들에 대한 후원금 문제와 농협의 정치자금 모금건이 연이어 터지며 국회를 궁지에 몰아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11월과 12월 후원금 모금을 통해 한 해 국정활동과 지역구 관리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청목회 사건이 터지며 후원할 기업은 물론 개인들에게도 후원금의 ‘후’자도 못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청목회 사건이후 또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매년 하던 모금운동도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부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에게도 하지 말아 달라고 오히려 말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내년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의원들의 월급만으로는 지역구 관리는커녕 국정활동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이처럼 소액후원금까지 문제시 하며 들추고 있으니 죽으라는 것 아니냐”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이 더 많은데 이번 사건으로 모든 국회의원들이 범법자고 국회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에 여야 의원들 대다수가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결국 야당의원 길들이기 아니냐, 내년 공천에서 대규모 물갈이를 할 때 명분으로 삼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 정부가 국회의 권위와 위상을 떨어뜨려 정부정책에 반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 등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의 대규모 정치인 사찰이 분명 없는 일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터지는 정치인 관련 비리사건을 보며 의문점이 드는 건 본 기자만이 아니다.
왜 이제야, 이 시점에, 이런 건으로,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서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칼은 공정해야 한다.
연일 터지는 정치인 비리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철저히 근거를 갖고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이 제기한 의혹도 해소해야만 진정으로 ‘성역 없는’공정한 사정이 될 것이다.
과연 검찰이 어디까지 어떻게 수사를 하고 징죄를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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