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흥동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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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고행의 길 문화예술 (89) 추억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7.03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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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는 숨을 죽이고 고날렵 여사만을 살피고만 있었다. 두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왔는데 그 중 한 여자는 춤판에서 얼굴이 잘 알려진 춤꾼이었다.
마침 친구중에 고날렵 여사를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급할 수 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그녀의 친구를 이용해 서서히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노련한 사냥꾼처럼 결코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가슴은 방망이질을 하며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녀의 춤꾼 친구를 통해 춤판에 나오게 된 동기를 들으면서 절박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지역 사회에서 웬만한 사람은 알 정도로 알려진 좋은 가문이었다. 부친은 교육기관에서 평생 근무 하다가 얼마 전에 퇴직한 교육자로 지역사회에서 원로로 존경을 받았고, 남편 역시 시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직생활을 했다.
가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집안이다. 그녀가 갑자기 충격을 받은 것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절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여자와 남편인 섭렵씨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부터 이란다.
“밤 이쓱 할 때 둘이 골목을 빠져나와 여관을 출입한다네. 그래 무서운 세상이야”
“아니야. 오전 한가한 때 저쪽 남편이 출근하면 부인을 어디로 보내고 담 너머 있는 이웃집 여자네 안방을 남편이 들랑거린다는군. 호호호 --- 이웃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불이 붙었군. 차암 좋겠네”
간간히 소문으로 듣던 이야기를 담을 넘던 남편 섭렵씨의 현장을 확인한 그녀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고 한다. 춤판을 배회하는 여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이유가 것이 남편의 바람이고, 이를 잊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내의 맞바람이며, 여자가 바람을 피우기 가장 쉬운 방법이 춤을 배워 카바레에 다니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만파의 첫사랑인 고날렵 여사도 춤을 배웠고 카바레를 기웃거리는 재미로 남편 섭렵씨에 대한 증오심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쯤 신상 파악을 했으니 이제 접근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미혼 시절의 첫 사랑을 춤판에서 만난다는 것은 만파에게나 고날렵 여사에게나 한결같이 엄청난 충격이다. 춤판에서 달인 또는 황제소리를 듣는 만파에게 춤으로야 그녀를 단번에 제압하여 끌어 들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다만 만파가 춤으로 정신을 빼놓으면 춤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는 여느 초보 여자들처럼 고날렵 그녀를 대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어느날 만파는 그녀에게 떨리는 손을 자연스럽게 내밀자, 그녀는 잠시 놀라는 듯 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잡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것처럼 그녀는 용수철처럼 따라 나왔고 춤을 추면서도 전혀 놀래는 기색 없었다. 오히려 놀래고 떠는 것은 이 바닥에서 달고 달은 9단 도사에 빠 대는 꾼인 만파였다. 그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차 한 잔, 또는 술 한 잔으로 이어져 은밀한 방안에서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모든 남자는 다 되어도 당신만은 안되요”, “아니, 왜, 왜 그럴까?”, “당신이 바로 첫사랑이기 때문에 안되는 거예요”
“첫사랑… 맞아요 그런데 그것이 왜… ?”
“나에게 외로운 마음을 채워줄 첫사랑의 달콤한 추억조차 없다면 아무 희망이 없어요. “오 …… ?”
“아니 그 마저 없었으면 아마 난 죽었을 거예요”
그 말을 남기고 고날렵 여사는 골목길로 총총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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