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칼럼]새로운 21세기 대국굴기 시대의 시작과 과제
[충일칼럼]새로운 21세기 대국굴기 시대의 시작과 과제
  • 이욱열 강남대 대우교수·정치학 박사
  • 승인 2011.01.24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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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위대한 민족은 인류역사에서 조연의 역할을 맡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주인공에도 만족하지 않는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유일무이한 역할이다”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러시아가 추구하는 최종목표는 바로 전 세계를 압도하는 수퍼 강국이 되기를 바라며 한말이다.
이런 바램이 무색하게도 21세기는 새로운 ‘미·중동주’(美·中同舟) 시대가 개막되었으며 중국은 명실상부하게도 미국은 물론 세계로부터 G2의 지위를 부여 받았다.
어차피 구매해야할 항공기이지만 생색을 내면서 200기(약190억 달러)의 보잉여객기 구매계약체결을 비롯한 총 450억 달러 수출패키지에 합의하면서 ‘통 큰 선물’전략을 구사하였다. 미국이 지적해온 중국내 인권과 위안화와 보호무역 등에 대한 예봉을 비켜가면서 미국과 함께 세계의 양대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속셈인데 뜻대로 되었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장사로 치면 손해 보지 않고 남는 장사를 하였으니 역시 상술(商術)로는 중국인을 따라 갈 수가 없나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관심은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이 백악관에서 합의해 발표한 (현지시각 19일) 공동성명 17항과 18항에 있다.
전자는 ‘핵 확산과 핵 테러의 위협에 대처 할 수 있는 국제 핵확산 금지 체제 강화’ 문제를 후자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각각 담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중국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UEP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우리로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영어와 중국어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 중 향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할 소지의 문구들이 발견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어로는 ‘남북대화가 필수적인 조치(essential step)’라 한 반면 중국어로는 ‘남북대화가 매우 중요한 한걸음(非常重要的一步)’이라는 표현에서 중요하지만 필수적이지는 않다는 시각이며 또 UEP와 관련해서도 영어로는 ‘미·중이 우려를 표시했다(expressed concern)’는 반면 중국어로는 중립적 뉘앙스의 ‘큰 관심을 표시했다(表示關切)’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표현들을 사용한 것들이다.
과거의 예를 들어보면 1943년 12월1일 카이로 회담 결과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영국의 처칠수상, 중국의 장제스 총통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한국의 독립을 약속한 문구에서 그 시기(in due course)와 관련된 애매모호한 표현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중경임시정부의 이승만 박사는 ‘즉시(卽時)’로 중국정부는 ‘적시(適時)’로 일본은 ‘그에 알맞은 순서를 거쳐서’로 해석하는 바람에 한국의 독립을 둘러싸고 그 시기와 방법 등에 관해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불러 왔던 적이 있다.
이처럼 각국이 언어에서의 다른 표현 수위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 할 수 있으며 이는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향후 전개될 외교 전략에서 행여나 걸림돌로 작용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이다.
또 공동성명은 남북관계개선이 중요하며 진실되고(sincere) 건설적인(constructive) 남북 대화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남북의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한이 풀어갈 수밖에 없음을 상기 시키는 것이다. 이번 세기의 두 정상들의 만남을 보면서 ‘공은 이제 우리에게 넘어왔다’는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새로운 대국굴기(大國?起:세계에 우뚝 선 선진강국)의 시대를 맞이하여 정부는 중국의 구동존이(求同存異:공통점을 찾아 먼저 합의하고 이견은 남겨둠)를 넘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전략과 마인드로 전환하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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