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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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문명의 위치(3)
  • 석규석 박사
  • 승인 2007.02.13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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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우주창조의 이야기 ‘우우바다 젓기’의 한 장면. 앙코르 와트 회랑에 부조되어 있다. 힌두문명은 순환론에 입각하여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우주가 재창조된다는 사고를 가졌으며, 우주의 주기에 따라서 선과 악이 발흥하고 쇠퇴하며, 새로운 왕의 등장에 의해서도 우주의 새로운 시기가 열린다고 생각했다.
▲12세기 자야바르만 7세 시대의 영광

12세기 말의 캄부자는 거의 기적적으로 국력을 회복하여 불교도인 자야바르만 7세의 통치 아래 제2의 정점에 도달하였다.
위대한 사원 건립자인 자야바르만 7세는 약 20년간 참파를 병합하였고, 그 이후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을 투입한 결과로 피폐하여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미얀마에서는 스리랑카를 매개로 인도의 문화적 영향이 전해졌다.
스리랑카는 12세기에 파라크라마바후 왕에 의하여 싱할리 불교가 부활하였고, 미얀마에까지 침투하였다.
싱할리 불교는 미얀마를 중심지로 하여 인도차이나 반도에 방사(放射)되었다. 힌두문화가 후퇴하는 양상을 노정시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13세기에 몽골의 침략이 시작되고 쿠빌라이 칸이 송 왕조의 후계자로서 1260년 이래 동남아시아의 해양국가에 헤게모니를 확립하려는 시도가 이들 국가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다.
몽골의 장군들이 참파에서, 미얀마에서, 자바에서 시도한 군사원정, 그리고 힌두화된 전통적인 왕국들을 소규모의 공국으로 분리하려는 북경 조정의 대외정책은 13세기 전반기에 메남 강 중류의 타이 인을 해방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거부터 크메르 인에게 복종했던 타이 인은 수코타이 왕국을 건설하였다.
13세기의 마지막 15년은 1287년에 몽골군에게 패배한 파간 왕국이 몰락하고 타이 인이 미얀마까지 확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또한 타이 인이 몬 인을 희생시키며 메남 강 상류의 계곡 및 하류까지 확대하였고, 크메르 인을 희생시키며 메콩 강 하류까지 팽창하는 과정도 관찰된다.
동시에 참 인들은 구름고개 이북의 여러 주를 대월 인에게 내주었고, 말레이 반도에서는 타이 인의 수코타이 왕국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도서부에 위치한 마하라자의 왕국들을 해체로 이끌었다.

▲힌두문명의 젓줄 인도에 무슬림의 침입이 가져온 정치적 파장

무슬림의 인도 본토에 대한 침략과 이슬람의 인도네시아 유입은 동남아시아에서 힌두 문명에 조종(弔鐘)을 울렸다다.
동시에 싱할리 불교가 미얀마에서 시암으로 전파되고 메남 강과 메콩 강을 따라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14세기 전반기에 타이 인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강력한 지위를 구축하였다.
그들은 이미 미얀마와 메남 강 상류에서 수코타이 및 란나 왕국의 주인이 되었으며, 이어서 라오스 왕국과 아유타야 왕국을 건설하였다.
야유타야 왕국은 곧 북쪽으로는 인근의 수코타이 왕국을 병합하였다.
캄부자는 예전의 속국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과거의 명예로운 지위에 감사하며 힌두문화의 정수를 타이 인들에게 전수하였다.
참파는 북쪽의 월남인으로부터 점점 더 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인도 외부지역에서 힌두시대는 그 종말로 들어서게 되었다.
14세기 후반에 일어난 몽골 왕조의 쇠퇴는 2대 강국인 아유타야와 마자파히트의 영향권 아래 소국가의 재편성을 촉진하였다.
15세기 중반의 크메르 왕국이 앙코르의 도성을 포기하고, 1471년에 참파 인이 비자야를 포기한 사건은 타이 인과 대월 인의 ‘남진(南進)’앞에 역사 깊은 힌두 왕국의 마지막 퇴장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에 이슬람은 1520년경에 자바에서 승리하였고, 힌두문화는 발리에서 그 피난처를 확보하였다.
15세기 초반 이래 수마트라 왕국들의 해상세력을 계승한 말라카는 1511년에 유럽인의 수중에 떨어졌다.
이 시기에 힌두왕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종말을 고하고, 동남아시아는 새로운 선물로 이슬람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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