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 작별 고한 호나우두, 영욕의 발자취
[뉴시스아이즈] 작별 고한 호나우두, 영욕의 발자취
재활·경기 오가며 프로 512경기 352골·A매치 97경기 62골 기록
  • 【뉴시스】
  • 승인 2011.02.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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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호나우두가 떠났다.
하루 종일 떠들어도 모자랄 거대한 족적을 남긴 채 호나우두는 지난 15일 35살의 나이로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축구팬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프로 512경기 출전 352골, A매치 97경기 62골 기록했다.
신이 아닌 인간이었기에 이별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여간 슬픈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호나우두는 “첫 번째 죽음을 경험하는 것 같다”는 말로 비통한 심경을 대변했다.

- 빈민가 꼬마가 축구의 신으로
▲ 호나우두는 지난 1976년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여느 꼬마들과 마찬가지로 호나우두의 유일한 놀이거리는 다름 아닌 축구였다.
둘레 70㎝ 남짓한 작은 공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 호나우두는 10살이 되던 1986년 유소년 클럽에 입단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이다.
천부적인 재능에다가 제대로 된 수업까지 더해지자 단숨에 유소년 무대를 휩쓸었고 1993년 브라질 1부리그팀인 크루제이루 EC와 정식 계약을 맺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빅리그 사관학교’로 불리는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한 호나우두는 46경기에서 42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골결정력을 뽐내며 1996년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황제에게 적응 기간 따위는 사치였다.
그는 이적 첫 해 34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당대 최고로 불리던 이탈리아 정벌을 위해 인테르 밀란으로 떠났다.
수비 수준이 가장 높다는 세리에A 무대도 호나우두에게는 한없이 좁아 보였다.
수비수 2~3명을 가뿐히 제치는 헛다리 드리블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폭발적인 순간 돌파와 정확하고 파워 넘치는 슈팅은 ‘펠레 이후 최고의 축구 스타’라는 찬사를 가져다줬다.

- 두 차례 큰 부상
월드컵의 사나이로 부활
▲ 인테르 이적과 동시에 팀의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호나우두는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 2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신이 호나우두의 능력을 질투했을까. 집중견제와 잦은 대표팀 차출 등으로 몸이 상할 대로 상한 호나우두는 1999~2000시즌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불운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긴 재활을 마친 뒤 후반기에 돌아왔지만 투입된 지 5분도 안 돼 수술 부위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라운드는 침묵에 휩싸였다.
동료들은 물론 상대팀인 라치오 선수들까지 달려와 근심 어린 표정으로 호나우두를 지켜봤다.
정밀검진 결과는 재수술이었다. 어렵게 돌아온 호나우두는 또 다시 1년 넘게 자신과의 싸움을 치러야 했다.
표류하던 그를 다시 세계 최고로 만들어 준 무대는 2002한일월드컵이었다.
당시 브라질 내에서 호나우두의 대표팀 발탁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었지만 루이스 스콜라리(63)감독은 그를 ‘카나리아 군단’ 일원으로 합류시켰다.
스콜라리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호나우두는 8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고 4년 전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3골차 완패로 체면을 구긴 브라질은 통산 5번째 트로피를 가져갔다.
월드컵이 끝난 뒤 ‘지구 방위대’레알 마드리드에서 진가를 뽐내던 호나우두는 2006독일월드컵 브라질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회 연속이자 자신의 마지막이 된 독일월드컵에서 호나우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달성했다. 앞선 세 차례 대회에서 12골을 뽑아낸 호나우두는 이 대회에서 3골을 더해 게르트 뮐러(독일·14골)가 가지고 있던 월드컵 통산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팀의 8강 탈락으로 2회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아직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 “함께 뛰어 행복했다”
▲ 독일월드컵이 끝난 뒤 호나우두는 급격한 하락세를 걸었다.
AC밀란의 러브콜을 받고 이탈리아로 향했지만 불어난 체중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는데 애를 먹었다.
급기야 2007~2008시즌 말미에는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또 다시 지긋지긋한 재활에 돌입했다.
재활 중 AC밀란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호나우두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브라질의 SC코린치안스로 향했다.
잠시 부활의 기미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끝내 부상을 떨쳐내지 못한 호나우두는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아들, 딸을 데리고 기자회견에 나선 호나우두는 “모든 것을 축구에 바쳤다. 가장 큰 기쁨인 축구를 그만둔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황제의 퇴장이 안타까운 것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그와 함께 월드컵 우승을 일궈낸 호나우지뉴(31·플라멩구)는 “호나우두는 말 그대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는 최고의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국가대표인 안드레아 이니에스타(27·FC바르셀로나)는 트위터를 통해 “호나우두와 한 시대에 뛰어 영광스럽다.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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