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충청도 홀대
한나라당의 충청도 홀대
  • 이민기 차장
  • 승인 2011.04.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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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충청도를 모욕했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원내대표, 홍준표 최고위원 등은 충청몫 최고위원인 박성효 최고위원(전 대전시장)이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분산배치설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일제히 한마디씩 하며 박 최고위원을 면박줬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이미 분산 배치가 확정된 것처럼 나온다”며 “정부나 청와대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해도 세종시 때도 그렇고, 한 두번 경험한 것이 아니다. 참 찝찝하고 불안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벨트의 정당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중복하지는 않겠지만, 위원회가 ‘신뢰’ 가치를 인정하는 범위에서 결론을 내려줬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며 “이 문제가 대통령의 인품에 대한 범위까지 번져나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안 대표는 즉각 “최고위원은 국가 전체의 업무를 보고 해야지, 자꾸 왜 자기 지역 이야기를 하냐”며 “최고위원 자리에 무엇 때문에 앉아 있나. 사퇴하라”고 했고, 김무성 원내대표도 “말이 너무 지나치다. 함부로 말하고 있어”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가세해 “좀 지나치다. 그거 안 해준다고 대통령 인품을 얘기하나”라고 거들었다. 황당하다. 박 최고위원이 무엇을 잘못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충청몫의 최고위원이 충청권 최대 현안인 과학벨트와 관련해 발언한 것이 잘못됐는가.
박 최고위원은 당연히 해야할 말을 한 것 뿐이다.
이날 회의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충청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봉니다.
박 최고위원은 충청권을 대표해서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것이다. 즉 충청권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박 최고위원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당 지도부가 돌아가면서 박 최고위원을 공개 면박했다. 충청권을 우습게 봤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하면서 다른 최고위원들이 이처럼 면박을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공개회의에서 어떻게 “사퇴하라”는 말이 나올 수 있고, “함부로 말하고 있어”라는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지도부의 일원인 박 최고위원에게 할 수 있나.
이는 박 최고위원을 면박한 차원을 넘어서 충청권을 모욕하고 홀대한 것이다.
대체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정부와 한나라당은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약속을 파기하려 하고 있다. 과학벨트를 달라고 한적도 없는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공약으로 걸고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기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박 최고위원을 면박하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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