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 일 논 단]힘들어 못살겠다
[충 일 논 단]힘들어 못살겠다
  • 이범영 부국장
  • 승인 2011.10.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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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못살겠다’고 항의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미국인들의 얘기가 아니다.
이같은 양극화의 비극이 유럽에도 커지고 있고 한국에서조차 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렇게 커지고 있는 양극화에 대한 항의는 정부와 기득권을 가진 계층들의 탐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옛날의 폭정으로 인한 양민들의 폭동이 현대에서 재연되는 것이다. 그 옛날에 양민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야 항의라도 해봐야 한다’는 것이 주된 항변이유다. 지금도 그렇다.
15일에는 금융소비자 단체들이, 18일에는 음식점 주인들이, 이달 말에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거리를 ‘점령(occupy)’한다. 좀처럼 소리도 내지 않고 조직화도 되어 있지 않던 서민들이 이젠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게 된 것이다.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99% 공동행동 준비회의’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 행사를 1박2일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 규탄 시위와 맥을 같이 하는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국내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전셋값ㆍ등록금 인하, 청년실업해결, 부자과세 등도 요구할 예정이다.
18일에는 음식업중앙회가 주관하는 ‘범외식인 10만명 결의대회’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음식점주들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의 이중고로 인한 생계위협 상황을 호소하고 신용카드 수수료인하를 강력 촉구하면서 사실상 ‘점심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영세자영업자들에 기반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도 18일 음식점주들의 10만인 집회에 동참하는 한편 이달 말엔 여의도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및 한미 FTA피해보상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도 열 예정이다.
그동안 가두시위는 주로 진보ㆍ행동성향의 노동자ㆍ농민들이 주축을 이뤘지만, 이번엔 ‘침묵하는 다수’였던 현실 안주성향의 자영업자들이 거리에 뛰쳐나온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더구나 시위가 어떤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한계상황에 달한 생활고(음식점ㆍ자영업시위)와 부유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반금융자본 시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절박하고 그만큼 파급력도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서민들 연쇄시위의 밑바닥에는 심화되는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민들의 체감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경제고통지수가 올해 8.1%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7.8%)보다도 높아졌다.
중국 고서에 나오는 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요(堯) 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의 민심탐방대목이 나온다. 요 임금은 거리에서 아이들이 임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으며 흐뭇한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왔다.
정치가 잘 되어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때문이다. 백성이 편해야 나라가 부강한다는 것은 역사적 진리다.
우리 대통령이 이번 서민들의 거리현장에 나와 한 번이라도 이 모습들을 보아야 한다. 으례 시위라 하여 가로막는 전경들때문에 가로막혀 그 모습을 보지 못할지라도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표정뒤에 가린 그 민심을 살펴야 한다.
그저 잘 먹고 골프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태평성대일 수는 없다. 진정 마음까지 편안한 시대에라야 진정한 정치가 살아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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