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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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문명이 오늘날에 주는 의미(2)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2.15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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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탄자부르 지방에서 출토된 11세기작품의 시바신과 파르바티 여신의 결혼장면. 인도에서는 신들도 결혼해야만 완전한 신으로서 대우받았다. 시바신과 파르바티는 앙코르 문명의 조상숭배와 결합하여 데바라자 신앙을 낳았다.
▲인도문명이 동남아시아 토착사회에 끼친 영향

인도문명이 동남아시아에 끼친 결정적인 수단은 산스크리트어일 것이다.
인도의 이민자들은 산스크리트어를 통해서 토착인의 어휘를 풍부하게 해주었다.
추상적인 용어에서부터. 물질적인 생활과 관련된 기술적 용어도 전승되었다.
문법은 토착인의 고립어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었다. 즉, 변화하는 언어를 통해 사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효과를 가져왔다.
토착의 언어가 인도에 의하여 풍부하고 좀 더 유연한 언어가 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인도 문자 덕택에 고정될 수 있었다.
몬 문자, 미얀마 문자, 타이 문자, 크메르 문자, 참 문자, 자바 문자, 발리 문자가 공통의 기원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그레고리안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태음력이 동남아시아에서 여전히 대중적으로 이용된다.
기원전 543년에 기초를 둔 불기(佛紀), 서기 638년에 기초를 둔 출라의 사카력은 타이, 크메르, 미얀마에서 사용되었고 역시 인도로부터 기원한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지금도 사용된다.
프랑스의 힌두학자 실뱅 레비에 의하면 “인도문화는 외국인의 행동, 혹은 외국의 토양을 통해서만 결정적인 걸작을 만들었다.… 건축에서 인도인의 천재성이 발휘된 두 개의 불가사의가 태어난 곳을 찾아본다면 본토와 거리가 먼 캄부자와 자바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적절한 지적이다.
앙코르 와트와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원을 보면 선 듯 수긍이 가는 말이다.

▲인도는 외국의 토양을 통해서만 위대한 빛을 발산한 문명

그렇다면 인도의 미학, 정신문화가 캄부자, 자바, 그리고 다른 동남아시아에 어떻게 이식되어 크메르 예술, 자바예술, 그리고 극동의 힌두 예술을 낳았을까?
이 물음들은 고고학자들이 마주치는 가장 미묘한 문제의 하나이다.
이들 예술이 공통적으로 인도 로부터 기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의 원형과는 매우 다르다.
참파 왕국, 캄부자 왕국, 자바의 가장 오래된 건축 및 조각 작품 등의 예술은 인도 본토의 그것과 뚜렷이 구분될 만큼 현저한 차이를 갖고 있다.
인도예술에서 토착기층의 영향력은 대단히 형식적이고, 외면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이 요인들은 인도 외부지역의 조각을 인도본토의 예술과 결합시키려는 내면적인 연계성을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처음부터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우리는 인도에서 앙코르 톰의 중앙에 위치한 바욘 사원이나 보로부두르 사원과 약간 유사한 기념물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기념물들은 인도의 천재성이 낳은 순수한 생산물이며,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명확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주의 주기, 사후세계와 윤회사상, 업보와 극락생활, 시간개념을 사원건축에 반영한 사고, 힌두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왕의 의무를 인도보다 더 인도적으로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세데스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궁정서사시 작품들인 아르쥬나비바하, 쿤자라카르나, 바티카비야, 바라타유다와 같은 문학은 고전기 동남아시아의 미술, 음악, 그림자극, 예술전반을 관통하는 사상의 젖줄이 되었다고 했다.
정신문화 이외에도 캄부자, 참파, 아유타야, 파간, 자바에 만들어 놓은 종교적 기념물은 인도인의 천재성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역사적 유산들이다.
이처럼 인도는 문화를 통해서 주변국을 풍부하게 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군사정복과 더불어 문화를 강제로 이식한 중국문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특징으로 지적했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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