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 일 칼 럼]김정일은 그 시간, 그 곳에서 죽지 않았다
[충 일 칼 럼]김정일은 그 시간, 그 곳에서 죽지 않았다
  •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 승인 2011.12.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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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죽었다.
‘드디어’라고 해야 할 지, ‘결국’이라고 해야 할 지 그 표현이 망설여지긴 하지만, 숱한 ‘사망설’이 난무하던 끝에 북한이 그의 죽음을 공식 발표했다. 권좌에 오른 지 17년, 실질적인 통치를 시작한 지 37년만의 퇴장이다. 그러니 그의 죽음 앞에 ‘드디어’라는 수식어를 붙이든, ‘결국’이라 하든 큰 차이는 없으리라. 공식조문을 해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들도 겉으로는 그의 죽음을 애달파하거나 안타까워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2011년을 보내며 김정일까지 급사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올해는 거의 모든 독재자들이 세상을 떠난 셈이다.
리비아 국민들로부터 ‘쥐새끼’라고 불리며 42년 동안 미치광이같은 철권통치를 휘두르던 카다피도 시궁창에서 ‘살려달라’ 애원하다 결국은 정육점 냉동고 안에서 자신의 주검을 전시하고 사막 속으로 사라졌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도 30년 독재를 축출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종동의 봄’을 알리는 신호탄을 울렸던 튀니지의 지네 알리 대통령도 23년 권좌에서 밀려났고, 그 이름도 헷갈리게 비슷한 알리 살레 예멘 대통령도 33년 만에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트디부아르라는 ‘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나라의 그바그보대통령도 바보처럼 버티다가 끝내 국제사법재판소에 구금되는 불명예를 자초했다.
그리고 그 대미는 북한의 김정일이 장식했다.
살아생전 김정일은 다른 독재자들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독재자였다. 단연 세계챔피언감 독재자였다. 그 누구도 수백만 명씩 자신의 국민을 굶겨죽이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정치범수용소라는 것도 북한 외에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최소 17년, 최장 37년 동안 행했던 반인륜적 비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다만 그의 죽음에 대한 사실만 한 번 더 살펴보자.
북한당국은 김정일이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 반, 죽는 순간까지 인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지지도를 가기 위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중앙방송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얼마나 숭고한 죽음이겠는가? ‘김일성 수령 동지도 달리는 기차 안에서 근무 중에 과로로 서거하시었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도 현지지도를 위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이른 아침에 심장쇼크사 하시었으니’ 대를 이은 부자의 자상한 통치를 따라갈 자 이 세상에 그 누가 있으랴?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말 김정일은 아침 8시 반에 달리는 기차 안에서 죽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라 안팎의 거의 모든 언론들은 그의 사망일시와 장소에 대한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필자가 가장 먼저 의문을 표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제기가 무의미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김정일이 누구인가? 그리고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근간을 끊임없이 뒤흔들고 있는 북한과 그 북한의 상징으로 존재했던 자에 대한 검증은 비록 그의 죽음에 관한 것일지라도 정확하게 분석하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들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파악을 확실하게 하고 미래에 엄중하게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죽음에 가려졌던 거짓이 드러나면 날수록 북한 내부 본연의 모습은 확연하게 그 실체를 보일 것이고, 앞으로의 행보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안개속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고통치자였던 김정일의 죽음과 관련된 것들은 ‘그깟 독재자의 죽음’ ‘죽었으니 됐지, 왜 왈가왈부?’ 또는 ‘죽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서 왜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하나?’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면 그는 그 날자,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죽지 않았다. 단언컨대 확실히!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는 워낙에도 야행성 기질을 갖고 있어 아침 기상시간이 늦었지만, 더더욱 그는 뇌졸중 이후 우리 대통령같은 ‘얼리 버드’,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8시쯤 눈을 뜨면 침대에서 마사지를 받고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러시아나 중국으로 급히 떠나야 하는 일정도 아니고 그 시간에 달리는 열차 안에서 죽었다고? 김일성도 묘향산 별장에서 죽었을 때 ‘기차 안에서 서거하시었다’고 발표했었다.
둘째, 김정일의 기차는 16일 이후 꿈쩍도 하지 않았다. 3대가 모조리 다 정지해 있었다. 우리 국방부와 국정원은 기차가 움직였네, 아니네,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신경전을 벌였지만, 진실은 인공위성 사진이 말해준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어찌된 일일까?
김정일은 자모산 별장에서 16일 새벽 1시 반에 죽었다.
자모산 별장은 김정일의 21호 자택에서 직선거리로 40km 떨어져 있다.
‘직선거리’라고 하는 이유는 자택 밑에서 자모산 별장까지 지하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땅굴! 그 땅굴로 자모산 별장에 갔었던 사람, 그가 바로 황장엽 선생이다. 그가 생전에 말한 내용까지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으리라. 그리고 한 가지 더! 자모산은 예로부터 물이 좋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자모산 물을 ‘생명수’ 또는 ‘옥수(玉水)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실향민들이 증언해준다. 질병치료를 위해 김일성도 김정일도 자모산 별장을 애용했었고, 김정일은 그곳에서 최후를 맞았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람을 백두산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고 선전하고, 별장에서 죽은 사람을 열차 안에서 죽었다고 선전하는 체제, 그게 바로 북한이다.
생(生)과 사(死)도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각색하는 집단, 그런 북한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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