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 일 논 단]사립유치원 통제권도 없는 나라
[충 일 논 단]사립유치원 통제권도 없는 나라
  • 박해용 경제부장
  • 승인 2012.01.05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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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만 5세까지 유치원비용을 지원하는 정부가 ‘종이호랑이’가 됐다는 세간의 비난은 통제권을 잃은 우리 정부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권한상실이라는 말과 같다.
이 때문에 정작 맞벌이현장으로 내몰린 부모들이 막상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려 해도 혜택없는 사립유치원의 보육비용을 대느라 등골이 휠 지경이다.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은 입학문이 활짝 열려있고 반대로 공립유치원은 턱없이 모자라 고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입학문이 좁다. 게다가 유치원 보육비용만 해도 평균적으로 공립보다 사립이 월평균 6배의 보육료를 내야 하고 이같은 상황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선 국공립대학의 등록금보다 비싸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보육료 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사립유치원들은 해마다 때마다 적당한 구실을 붙여 지속적인 보육료를 인상하고 있으나 통제권을 벗어나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어떤 지역에선 공립보다 10배가 넘는 곳도 많다.
최근 3년간 전국 공·사립 유치원비(수업료+기타납부금, 반일제 기준)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북 지역의 사립유치원비가 공립의 13배에 달했다.
전북의 월평균 사립유치원비는 30만5000원, 공립은 2만3000원이었다.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월평균 사립유치원비는 32만2000원으로 공립(5만4000원)보다 6배 가량 비쌌다.
충남(10.0배), 경북(8.1배), 제주(7.9배), 경남(7.8배), 광주(7.7배), 전남(6.4배) 등도 사립과 공립유치원비의 차이가 큰 편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사립유치원비는 모두 공립의 4.2배였다.
월평균 사립유치원비가 가장 비싼 곳은 경기도(37만2000원)였고 서울(36만7000원), 인천(33만4000원), 전남(32만3000원)과 전북이 월 30만원을 넘는다. 이는 4년제 국·공립대의 평균 연간등록금 443만원보다도 32만여 원이 많다.
이 금액수준은 학부모가 아이를 공립 유치원에 보낸다면 106만8000원(입학금 없음)만 내면 돼 370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는 규모다.
서울의 경우 비싼 사립유치원이 몰린 서울 서초구는월 49만1000원, 강남구 44만1000원, 송파구는 43만2000원으로 ‘이름값’을 했다.
올해와 작년을 비교하면 전국 전체로는 사립이 3.48% 올랐지만 공립은 0.09% 떨어졌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사립유치원은 3887곳으로 공립보다 611곳 적지만, 수용 유아는 41만2000여 명으로 공립(12만6000여 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공립유치원 대부분이 2, 3학급 정도의 소규모인 탓이다.
이는 유치원 등 어린 자녀를 보육하는 장소에 대한 정부의 절대적 투자부족이 원인이다. 그동안 정부는 사실상 이 분야에 대한 보육환경 개선사업을 소홀히 해 왔다는 사실을 방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보육료 인상억제를 할 수 없다. 사실상 통제권한을 가진 기관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보육료를 정부가 지원한다 해도 그만큼 요금을 인상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명분을 내세워 인상을 꾸준히 해도 정부가 거수기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책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국회와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보살피는 정부가 없는 나라에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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