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 일 칼 럼]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중원이 구해내자
[충 일 칼 럼]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중원이 구해내자
  •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 승인 2012.01.08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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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예술을 ‘지상의 소금’이라고 일갈했다.
지상의 소금? 차라리 ‘지상의 빛’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소금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에도 있고, 땅에도 있고, 호수에도 있는데, 왠 지상의 소금?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는 말 그대로 우윳빛 도는 호수로 유명하고, 오스트리아의 짤츠부르크라는 도시는 소금광산이 있어서 붙은 지명이다. 폴란드에는 소금성당도 있다. 그런데 예술을 ‘지상의 소금’이라니? 차라리 정치를 ‘지상의 소금’이라고 할 것이지!
쾨테는 그 스스로 재상을 10년이나 지냈던 사람이다.
그것도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인간다운 삶’이라는 개념을 헌법에 도입하며 지유국가에서 복지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노심초사했던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으로 10년이나 권좌에 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정치가 아닌 예술을 지상의 소금이라고 하다니! 사람들은 흔히 괴테를 문학가로만 알고 있지만, 그는 뛰어난 변호사였고,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던 최고의 정치가였다.
괴테는 도시의 인프라가 중요하고 젊은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서 지금도 독일의 국립대학은 등록금이 없다. 그러니 정치를 지상의 소금이나 빛이라고 비유했어야 하건만…
하기야 나이 72살에 17살 풋처녀에게 청혼을 했다. 퇴짜를 맞았던 괴테로서는 사랑만이 영원한 ‘빛’이었으리라. ‘선명하고 생생하게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을 괴테는 호호 백발의 노인이 돼서까지 추구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정치를 통해 구현하고자 애썼다. 물론 실패로 끝났다. 파우스트의 입을 빌려 ‘아아, 난 가련한 바보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고 한탄할 정도로 괴테는 현실정치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옛날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어찌 파우스트 하나뿐이겠는가?
우리 사회도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발전을 했지만 법적·사회적으로는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자유나 인권, 법치에 대한 인식과 현실도 사실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박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6살 청년에게 한 방 먹었다’는 얘기가 뒷담화처럼 회자되고 있다. ‘국민, 국민 하시는데 감동이 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말씀 좀 그만 하시라’고 했다는 것이다. 뼈아픈 얘기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국민’이라는 단어가 국민에게 감동을 못 주고, 교과서에 나오는 말씀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사회, 그 사회는 이미 생명력을 잃어버린 사회다. 생명력이 없는 사회에서 어찌 사랑이 피어나고 온기가 느껴지겠는가? 파란만장 대한민국, 그 원동력이 석고처럼 굳어가고 있는 것이다.
20대부터 나이하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나타나더니 그 머리 모양을 60대가 되도록 한결같이 고수하고 있는 그 완고함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20대 때 영부인 대역으로써 느끼고 생각하고 그리던 ‘국민’과 40년 후에 국민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고 달라야 할 터인데, 그 간극과 차이가 국민 입장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이립(而立)과 부혹(不惑), 지천명(知天命)을 비나 耳順에 이르는 40년이라는 긴 세월, 그 세월 내내 삐거덕 거렸던 격동의 대한민국, 그 세월의 두께와 깊이가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데 어찌 국민이 감동할 수 있겠는가?
‘국민’은 물질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존재,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전 지구보다도 더 무겁고 존귀한 존재다.
그런 존귀함을 가진 분이 무려 4500만이다.
4500만의 국민을 생각하면서 정치를 하는 유력정치인의 입에서 국민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는데 그 말에 국민이 감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 정치는 이미 죽은 정치다. 죽은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도, 그 정치를 날마다 지켜봐야 하는 국민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슬픈 것은 정치인들이 ‘국민’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순간, 감동은커녕 차가운 냉소만 돌아온다는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 채, 그저 정치인들은 눈만 뜨면 습관처럼, 잠꼬대처럼 ‘국민’운운해 왔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이 모두 한 목소리로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외쳐야 한다.
‘유력 정치인이 애송이한테 한 방 먹었다’며 낄낄거릴 일이 아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 사회에 온기를 되돌릴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가카에게 빅엿을!’이라는 구호에 환호하는 사회, 13살 더벅머리 소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를 때리고 물고문해서 친구를 자살하게 만들고도 반성을 제대로 안 하는 사회, 그런 사회는 테러 만능 사회다. 곳곳에서 테러만이 판을 치는 사회, 툭하면 신상 털기로 한 사람의 인격을 시궁창에 던져 버리는 사회,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개념 없는 사람’ 운운하며 한 순간에 매장시켜 버리는 사회, 이런 사회가 갖고 있는 위기, 그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 모두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자.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횃불을 들고 분연히 일어났던 자들, 그들의 고향은 이곳 중원(中原)이었다. 마음의 중심을 우리 충청인이 잡아 보자.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재미있게 기발하게 변화시켜 보자.
스스로를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일은 이제 우리 모두 그만 두자.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랑 없는 사회는 그 자체로 아비규환이다.
낡은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죽어 갔지만 이 사회에 아직 새로움이 없다. 그 새로움을 우리가 먼저, 이곳 중원에서 힘차게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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