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파동, 축산업 붕괴 가능성 커진다
소값 파동, 축산업 붕괴 가능성 커진다
FTA에 가격 하락 ‘내우외환’에 먹구름
  • 한내국 기자
  • 승인 2012.01.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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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의 거센 충격과 함께 소값 파동(육우값 폭락과 사료값 상승)으로 국내 축산농가의 붕괴가 우려되면서 국내축산업이 시름에 잠겼다. 사진은 8일 충남 부여군 한 축산농가로 사료를 먹이지 못해 소들이 말라가고 있다.
정부 개방 몰두 수입산 국내시장 초토화

안으로는 가격 폭락, 밖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의 거센 충격이 몰아치면서 국내 축산농가의 붕괴가 우려되면서 국내축산업에 겹주름이 급증하고 있다.
8일 도내 축산농가 등에 따르면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시장 개방에 몰두하는 사이, 소값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해 송아지 가격이 삼겹살 1인분 가격으로 대폭락 했다.
또 내수 시장은 살피는 사이 이번엔 수입산 쇠고기로 신토불이(身土不二)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사료값 급등에 채산성 악화= 축산농가들은 급등한 사료값과 산지 소값의 하락으로 빚만 늘고 있다. 심지어는 사료값대출도 담보부족으로 논밭까지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처지가 되면서 오히려 빚만 급등하고 있지만 그나마 대책이 없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들은 당장 소를 누가 살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굶겨 죽일 수도 없어 힘들어도 붙잡고 있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젖소 1마리당 일일 사료양은 12㎏정도다. 여기에 볏집, 총채(사료용 풀), 맥주찌꺼기, 톳밥, 약까지 포함하면 한 달동안 20여 만원정도가 소 1마리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가 방치될 경우 한미FTA 비준 등 시장개방 확대로 수입쇠고기가 무분별하게 개방되면 육우 시장은 붕괴되고 농가들의 줄 도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책없이 사육두수만 줄이려는 정부의 사고방식이 더 우려스럽다.”고 진단한다.
▷정부 사육두수 조절 착수=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소 값 안정을 위해 9일 등급이 떨어지는 송아지를 출산한 암소를 선별해 도태시키는 작업에 착수한다.
암소 도태와 자연 도태 등을 통해 적정 수준보다 40만 마리 가량 많은 소 사육두수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서 장관은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 2, 3등급 소를 낳거나 체형이 작은 암소를 모두 도태시켜야 한우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암소도태 자금 300억원을 활용해 6000마리 정도를 없애고 필요 시 암소 도태 장려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개체수 조절은 시장기능 약화와 함께 수입산에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극적 대책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소값하락 대책없나= 축산 농가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추락한 소값은 반등의 기미없이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현재 600㎏ 한우 수소의 가축시장 평균거래 가격은 320만원. 구제역 발생 이전인 2010년 11월 484만원에 비해 164만원, 비율로는 33.8%나 하락했다. 2005년 이후 줄곧 500만원대를 유지해온 산지 소값은 광우병 파동 이듬해인 2009년 한때 6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송아지 입식 열풍이 불어닥친 2009년 이후 공급과잉과 수입산 쇠고기 증가 등으로 소값 추락은 점차 현실화됐고 올해 일부 한계점을 드러냈다.
한우 암소의 올 들어 산지거래 가격도 380만원으로 1년만에 35% 하락했고 4∼5개월된 한우 암송아지도 1년만에 170만원에서 90만원대로 내려 앉았으며 특히 젖소수컷 육우송아지(7일령)의 경우 1만원 대로 곤두박질 쳤다.
그나마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이 요동치면서 사료값이 껑충 뛰어 “키울수록 손해다.”는 인식이 깊게 작용한 탓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내놓은 쇠고기 등급별 가격에 따르면 600㎏ 한·육우를 기준으로 최상급인 1++등급은 소를 판 농가에서 받은 돈이 563만2000원(㎏당 1만5910)으로 사육 경영비를 빼고 나면 마리당 148만9000원,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를 제외하고도 45만2000원이 남는다.
그러나 나머지 등급은 사정이 다르다. 수취가격에서 생산비를 빼고나면 1+등급은 -14만3000원, 1등급은 -69만5000원, 2등급 -189만9000원, 3등급은 -281만6000원으로 온통 적자다.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은 경영비만 감안하더라도 2, 3등급은 각각 마리당 86만2000원, 177만9000원을 손해보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를 키우는 매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축산농가의 서글픔은 고스란히 사육두수에 묻어난다. 소값 폭락이 계속되면서 사육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소값이 대폭 떨어지면서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한우 암소 도태로 새로 태어난 송아지 숫자도 줄어든 게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개방으로 인한 보상,사육두수 제한 외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나라 안 사정 못잖게 외환(外患)도 근심거리다.
국내 축산농가가 한계 상황에 달했고 여파가 4∼5년은 유지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벼랑 끝 축산업을 보호할 ‘FTA 빗장’은 이미 풀린 상태다.
한국은 한·칠레 FTA 협상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유럽연합(EU), 페루 등과 7건(44개국)의 FTA가 발효 중이며 캐나다, 걸프협력회의,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 등 12개국과 7건의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율 도태 등을 통해 사육두수를 줄이고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병행될 때 소값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협 관계자는 “고급육 생산 확대와 조사료 확보를 통한 생산비 절감, 종자개량 등이 발등의 불”이라며 “한계에 다다른 축산업을 되살리는 노력이 강도높게 제시되고 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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