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단] 한나라당의 때 아닌 집안싸움을 보며
[화요논단] 한나라당의 때 아닌 집안싸움을 보며
  • 권선택 의원
  • 승인 2007.02.19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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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후보 검증’을 둘러싼 집안싸움으로 시끄럽다. 엊그제는 여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하던 사람들이 집단 탈당해 국민들을 놀래키더니, 오늘은 야당의 두 유력주자가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내분에 휩싸여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권을 두고 벌이는 건곤일척의 승부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다툼이나 대립은 익히 예상했었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 쯤 되면 우리 정치에서 어느 한 구석 희망이나 비전 따위를 찾기는 힘들 듯 하다. 굳이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매 한가지…그 놈이 그 놈’이라고나 할까….
한나라당이 때 아닌 집안싸움으로 연일 시끄러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선 판세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가 적절할 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양궁이나 태권도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내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렵듯이,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본선에서 여당 후보를 물리치는 것보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이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는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일지 모르겠으나, 올해 대선 정국에서는 과거의 대선과는 판이한 뚜렷한 특징이 한 가지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아직까지 유력 후보가 없는 가운데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데 비해, 야당은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예비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3위를 휩쓸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나라당 내외에서는 이들을 두고 이른바 ‘빅 3’라고 부른다. 신문이나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대선관련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대선 판세가 마치 한나라당 독무대인 것처럼 착각이 일 정도이다. 여당은 아직 출전 선수조차 확정하지 못했는데, 야당의 빅 3는 스타트를 시작해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은 마라톤이다. 마라톤에서도 막판 스퍼트를 통한 대역전극이라는 것이 있듯이,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발주자가 막판 스퍼트를 통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2002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아니겠는가.
이른 바 ‘후보 검증 공방’으로 촉발된 이번 내분사태의 수습을 위해서는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단순히 누구를 경고하고 징계함으로서 끝낼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에 만연한 자만심의 싹부터 잘라내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태야 어떻게 봉합될 수 있을지 몰라도, 후보 확정 전까지 빅 3간의 이전투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도 ‘한나라당 3월 파경설’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한나라당의 유력주자들이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이번 대선에 단일 후보를 내세울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지만, 지금은 냉정한 심판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이 열린우리당에만 해당되고, 한나라당은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큰 착각이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심판의 결과는 냉혹한 법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승리에 앞서 밥 그릇 싸움에만 몰입한다면, 국민이 다시 한 번 외면할 수도 있음을 한나라당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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